칼럼
[세상속으로] 기후변화 대응력 높이는 도시생태계
뉴스종합| 2020-12-15 11:21

제75차 유엔 총회가 지난 9월 비대면으로 개최됐다. 역사상 처음이다. 볼칸 보즈키르 의장은 어느 나라도 ‘코로나 팬데믹(전 지구적 대유행)’을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국내의 저명한 생태학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거리두기와 같은 ‘행동백신’을, 새로운 유해 바이러스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는 자연에 손을 대지 않는 ‘생태백신’을 강조한다. 그는 바이러스가 인류를 절멸시키지는 못한다고 한다. 바이러스로 사망자가 늘어 인구가 줄면 사람 간 거리가 멀어져 감염성이 현저히 줄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태평양 섬나라인 마셜제도에서는 코로나 감염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기후변화가 심화하면 지구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한다.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마셜제도의 카부아 대통령 기고문 내용이다. 결론은 우리가 겪고 있는 바이러스보다 더 위협적이고 국제 공조가 필요한 게 기후변화라는 얘기다.

세계 주요 도시의 3분의 2가 해안에 인접해 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이 가속되면 마셜제도만이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도시가 취약성에 노출된다. 우리나라도 부산, 인천 등 해안에 접한 도시가 많은 데다 인구의 92%가 도시에 고밀도로 거주한다.

환경부의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도시의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해 폭염과 한파,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의 피해가 가속화된다고 전망했다. 도시에서의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이제부터 도시지역에서도 ‘자연 기반 해법(Nature Based Solutions)’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보는 게 어떨까. 예를 들어 홍수에 대비한 콘크리트 제방보다 자연적으로 물을 머금는 배수지나 습지를 조성해서 동식물의 서식지와 인간의 휴식공간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인간의 간섭이 줄면 자연의 자정 능력으로 생태계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함을 우리는 코로나 사태로 확실히 알게 되지 않았는가.

유럽연합은 자연 기반 해법의 가치에 주목하면서 지속 가능성 확보, 기후변화 회복력 증진, 그리고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 성과를 얻고 있다. 옥상과 벽면 녹화, 빗물의 자연순환 관리, 도심 녹지공간 조성, 이탄지 복원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조선산업의 중심이었던 스웨덴의 도시 말뫼는 옥상 녹화와 개방형 빗물관 수로를 설치해 빗물 유출량을 50% 감소시켜 홍수 위험이 낮아졌고 생물다양성은 50%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스마트 그린시티를 조성하고 있다. 기상과 물환경 변화에 대한 자연 회복력을 키우고, 저탄소형 교통과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에 도시생태계의 보전·복원이 더해진다. 도시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은 도시의 환경 문제와 삶의 질, 지속 가능성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도시공원, 도시숲, 하천, 호수, 인공습지, 저류지, 옥상정원 등 다양한 생태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도시 열섬 저감, 대기질 개선, 홍수 등 자연재해 완충, 수질 정화와 탄소 흡수 및 저장 등은 그 편익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드론 등을 적용해 도시생태계의 건강성을 진단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며,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관리하는 기술이다. 도시 폭염 저감을 위한 습지 조성, 생태 회복력과 탄소 저감을 고려한 녹지 확보, 도로변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가로수 식재, 그리고 물순환을 고려한 투수성 도로포장 등과 관련한 기술은 도시의 기후변화 대응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 약속을 이행하려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지속 가능성과 탄소중립을 핵심 가치로 삼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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