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현장에서]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과학계 리더십 필요하다
뉴스종합| 2020-12-16 09:29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최근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의 거취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1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해임을 공식 통보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회식자리에서의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했던 결과다.

이에 대해 임 원장은 부당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 항우연 전 원장들을 비롯한 출연연 전임원장 등 11명이 해임요구를 재고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임 원장이 2018년 취임 후 ‘매트릭스 조직체계’로 개편을 시도했지만 연구원 내부에서의 집단반발과 과기부 고위층에서 제동을 걸어 무산된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탄원서에 밝혔다.

항우연 노조도 “과기정통부는 과도한 간섭과 외압으로 기관의 운영에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과기부는 지난 1월 임 원장의 회식자리에서의 폭행·폭언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주의‧경고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감에서 지적이 제기된 후 같은 사안에 대한 감사를 다시 진행해 해임을 권고하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불과 임기 종료를 2개월 앞둔 임 원장을 해임하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는 시선도 따르고 있다. 임 원장은 그간 한국형발사체 시험발사, 천리안2B호 발사를 성공하는 업적을 내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과학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기관장이 안정적으로 기관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위 코드에 맞지 않는 과학계 기관장들을 내치는 사례가 빈번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 원장 사태뿐 아니라 다수의 과학계 기관장들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중도하차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지난 2018년 11월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임기를 절반이나 남긴 상태에서 정부의 사퇴압력을 받은 끝에 결국 중도 사임했다.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성게용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손상혁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등도 같은 사례에 속한다.

특히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 국가연구비 횡령과 제자 편법채용 의혹 등으로 과기부의 고강도 감사와 검찰 고발을 겪었다. 당시 과학계는 거세게 반발했고 1년 넘게 끌었던 검찰 조사에서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신 총장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과학기술계 인사였기 때문에 정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신 총장은 차기 총장 도전에서도 중도 탈락이라는 쓴맛을 봐야만 했다.

과학계에 ‘정치 외풍’이 계속 몰아치는 상황에 한 과기계 인사의 토로는 더욱 씁쓸하다. 그는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과학계 기관장들의 임기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연구풍토를 조성했지만 우리나라는 3년에 불과한 짧은 임기도 정치적 논리에 따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nbgko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