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별기고] 수사구조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뉴스종합| 2020-12-17 11:05

내년 1월 1일이면 오랜 논의 끝에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된다. 정부는 2018년 6월 21일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 합의하에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해당 합의문에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합의문의 취지에 따라 개정 형소법은 경찰과 검찰을 상호협력관계로 재설정하고 경찰의 수사주체성을 인정했다.

이러한 입법적 결단에도 관련법령에는 수사와 기소가 불완전하게 분리돼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검사의 수사 개시를 사실상 현재와 유사한 수준(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모든 종결 사건을 검사에게 검토받고 고소인 등이 이의신청을 하면 무조건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는 등 경찰의 수사종결권도 불완전하다.

검찰이 경찰 수사 과정에 개입, 주체성을 침해할 수 있는 규정도 상당하다. 경찰과 검찰 간 사건 경합 시 검사에게 우선권을 부여했다. 검찰은 경찰관에 대한 징계·직무 배제를 요구할 수 있으며, 법령 위반·인권 침해·현저한 수사권 남용이라는 포괄적 요건하에 시정 조치·사건 송치 요구권도 갖고 있다. 아울러 총론에서는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한다고 천명했는데도 각론에서는 여전히 지휘·명령·보고 같은 수직적 지휘관계의 잔재가 그대로 존치돼 법 체계의 통일성을 해치고 있다. 영장집행 지휘·압수물 처분 지휘·구속장소 감찰 시 석방 명령·변사사건 검시 명령·긴급체포 석방 보고 규정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개정 형소법 제196조(검사의 수사)와 제197조(사법경찰관리의 수사)의 선후와 법문구도 개선해야 한다. 경찰 수사 조항을 검사 수사 조항보다 앞서 규정해 경찰이 1차적 수사권자임을 분명히 하고, 범죄 혐의에 대해 사법경찰관은 ‘~수사해야 한다’, 검사는 ‘~수사할 수 있다’로 변경해 검사 수사는 경찰 수사에 뒤이은 2차적·보충적 수사임을 명백히 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이번 형소법 개정은 ‘미완의 개혁’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면 기소 단계에서 객관성을 상실하기 쉽고, 경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할 여지도 남아 있어 전관예우, 유전무죄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어렵다.

건축물을 공사할 때에는 시공자와 감리자를 분리하고 있다. 시공과 감리가 결합해 감리자가 직접 공사에 개입하거나 시공자와 이해관계로 얽히게 되면 객관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고 이는 부실 공사,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된다. 때문에 권한은 적절하게 분산돼야 한다. 검찰의 권한 남용의 뿌리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결합에 터 잡고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독점적 영장청구권 등이 매개가 돼 수사와 기소가 일체화되면 언제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

경찰은 개정 형소법 시행에 발맞춰 책임감 있는 수사권자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수사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제도적으로 수사의 공정성·투명성을 제고하고 인권 중심 수사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검찰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소권자라는 본래 역할에 충실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재판은 법원이 전담하는 사법 체계를 갖춰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인권이 최우선가치로 존중되는 정의로운 나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김재규 전남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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