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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新패러다임⑤가상자산] '탈 중앙화'에 반격, 중앙은행들 디지털화폐 도입 속도
뉴스종합| 2020-12-21 09:32
한국은행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V)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제시스템 효율화와 현금수요 감소 등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공식적으로 내걸고 있지만, 빠르게 보편화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위기 의식’도 읽힌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인 디파이(DeFi)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는데 맞서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있는 ‘법정 CBDV 생태계’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전 세계 66개국 중앙은행 가운데 80% 이상이 디지털 화폐 연구·개발(R&D)에 돌입했다. 중앙은행 주도의 CBDC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나라는 바하마다. 바하마 중앙은행은 지난 10월 20일 바하마 거주민 39만3000명 모두 법정 CBDC인 '샌드달러(Sand Dollar)'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거액결제용(wholesale) CBDC와 소액결제용(retail) CBDC 등 크게 두 방향으로 CBDC 도입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 싱가폴, 유럽연합(EU)·일본 등은 2016년부터 거액결제용 CBDC에 대해 선도적으로 연구 및 테스트 등의 시범사업(프로젝트)을 진행하고 있다. 우루과이, 바하마, 캄보디아 등은 화폐관리비용 절감, 금융포용 등의 목적으로 일부 지역(또는 일부 사용자)을 대상으로 소액결제용 CBDC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 CBDC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선전시와 함께 디지털 화폐 대규모 공개 테스트를 실시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달 11일부터는 장쑤성 쑤저우에서 법정 CBDC의 2차 공개 테스트을 진행 중이다. 쑤저우 시민 10만명에게 200위안씩 ‘디지털 위안화’를 주고 오는 27일까지 1만여 개 지정 상점에서 실제 사용을 허용한 것이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 출시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법정 CBDC 도입에 소극적이던 미국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팀에 게리 겐슬러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포함해 가상 통화에 친화적인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지난해 11월 CBDC 발행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요국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CBDC 발행의 비용과 편익을 평가·분석하면서 소규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답변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지지부진하던 CBDC 도입에 올해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18년 1월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TF’를 구성했지만 지난해 1월 내놓은 지급결제 조사연구자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서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존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월 CBDC 전담조직을 신설해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지난 4월에는 CBDC 파일럿 테스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한은은 내년 1월부터 1년간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페이스북 리브라 발행계획 발표 등으로 각국 중앙은행들 사이에 디지털화폐 도입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기존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유지해야 할 책무가 있는 중앙은행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디파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주요 빅테크 기업 중 하나로, 리브라(Libra) 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디파이 시장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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