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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빚은 발달장애인의 비극
뉴스종합| 2020-12-27 11:18
장애인 관련 픽토그램. [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발달장애인의 의료, 교육, 재활 등 복지 서비스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코로나19 의료 지원 관련 안내를 받지 못해 병원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설상가상 교육·복지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삶의 의욕마저 꺾이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은 국가인권위원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달 10~16일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와 가족 11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상황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 긴급 설문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코로나19 안내 없고 거점병원 이용은 줄어…자가격리시 책임은 부모에게

27일 인권위에 따르면 해당 설문에서 코로나19 검진을 받은 경험이 있는 발달장애인은 전체의 11.0%였다. 그러나 검진 시 89.8%는 이동 지원이 없었고, 61.2%는 검진 관련 설명과 정보 제공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검진을 받은 발달장애인 중 24.8%는 자가격리 경험이 있었다. 자가격리 장소는 대부분(96.3%)이 자택이었지만, 정부의 긴급활동지원 급여를 제공 받은 경우는 35.5%에 불과했다. 부모를 포함한 가족이 주지원자인 경우가 96.8%에 달했다.

발달장애인 특성과 요구에 맞춰 2016년부터 전국에 8개소 지정·운영 중인 거점병원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였다. 코로나19 기간 거점병원 이용률은 29.1%로, 코로나19 사태 이전(30.4%)에 비해 되려 하락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코로나19 사태 기간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이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은 것”이며 “영국의 경우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월 코로나19 관련 의료진을 위한 발달장애인 지원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했는데 거점병원이 이러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닫는 교육·복지기관…돌봄부담 전가된 가족들은 좌절만

코로나19에 따른 돌봄 서비스 중단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장애인복지관은 평소 이용자의 95% 이상이 휴관으로 이용하지 못했고, 이 중 18세 미만 대상인 발달재활서비스는 이용하지 못하는 비율이 62.4%에 달했다.

긴급돌봄서비스는 학교에서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60.3%에 달했고, 제공되더라도 감염 공포 등으로 이용하지 않은 경우가 55.9%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교육·복지기관 휴관으로 인한 돌봄 부담 가중(35.7%)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27.9%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달장애인의 삶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과 좌절감으로 삶의 의욕이 저하된다고 응답했다.

지원 기관 휴관으로 발달장애인 돌봄 지원에 공백이 생기자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자 비율은 20.5%에 이르렀다. 어머니가 78.8%로 대부분이었고, 아버지(12.9%)나 형제자매(6.2%)가 뒤를 이었다.

정부 긴급지원 모르는 발달장애인…“대책 수정해야”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66.2%는 코로나19 사태 기간 긴급 지원 정책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대답했다. 정부는 ▷복지기관 휴관 시 긴급활동지원 급여 제공 ▷발달장애인 자가격리 시 긴급활동지원 급여 제공 ▷부모 자가격리 시 보호자 일시부재 특별급여·긴급활동급여 제공 ▷18세 이하 발달장애인 유급가족돌봄휴가 제공 등 4종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가운데 장애인복지관 휴관에 따라 정부가 제공한 긴급활동지원 급여는 92.9%가 이용하지 못했다. 56.9%가 지원 제공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온라인 수업 전환에 따른 부모 부담 경감을 위해 지급하는 활동지원서비스 특별급여는 67.6%가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지원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역시 42.3%로 가장 많았고, 감염 위험 우려(16.3%)와 인력 부족(13.5%) 등으로 이용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정부의 긴급지원대책 중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적극 수정해 지원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달장애인 지원 체계를 재구축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도 “코로나19 상황에서 감염 공포를 없애고 장애 유형별 맞춤형 서비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조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한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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