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이용구에 택시기사들이 분노하는 이유
뉴스종합| 2020-12-28 13:07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빈번하게 피해자 입장에 놓이는 택시운전기사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은 지난달 6일 오후 11시께 당시 서울 서초구의 한 로펌 변호사 신분이었던 이 변호사가 자신의 자택인 같은 서초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 택시를 멈추게 한 뒤 운전석에 앉은 기사의 멱살을 잡아 논란이 된 사건이다.

최근 운전 기사의 최종 진술이 최초 진술과 달리 번복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적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초에는 “운행 중에도 욕설을 했고 정차하기 전에 목덜미를 잡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런데 사흘 뒤 경찰에 출석해서는 “정차 뒤 멱살을 잡았다”는 식으로 표현이 순화됐다.

만일 정차하기 전인 운행 당시에 기사에게 폭행을 했다면 선처가 안 된다. 피해를 당한 운전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운전자 폭행’으로 가중처벌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경찰이 자체적으로 ‘내사 종결’ 처리를 하면서 이 차관에 대한 특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택시 기사들도 ‘이 차관 사건’에 격앙돼 있었다. “지금 코로나 시국인데, 얼마나 기사들이 힘듭니까. (사회적 거리두기)단계를 올려 택시 손님도 줄어든 데에는 정부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정부에서 법을 관장한다는 고위 공무원이 택시 기사 멱살을 잡고 시비를 걸었다니, 화가 안 나게 생겼습니까.”

이 말은 택시 운전만 30년 했다는 50대 김모 씨가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정부의 방역 지침으로 인해 많은 손실을 이미 감내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정부의 관계자가 함부로 행동할 수 있냐는 이야기였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택시의 밤 손님이 뚝 끊긴 상황이다. 더욱이 법인택시에는 아직도 사납금이 있다. 기사는 하루에 15만~18만원가량의 사납금을 채워야 겨우 120만원 내외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악조건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멱살을 ‘법무부 차관’이 잡았다고 하니, 택시업계 종사자들로서는 화가 안 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 차관이 폭행한 기사는 법인택시가 아닌 개인택시 기사다. 그러나 법인 기사든 개인 기사든, 코로나19 시국에 돈벌이가 변변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만약 (해당)택시 기사가 (이 차관과)합의를 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30년 경력’ 택시 기사의 답은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영업이 너무 안 되는데, 이럴 때 100만원 혹은 200만원이라도 주면 감사한 것이지. 그걸 택시 기사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있습니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려고 해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데, 돈 많이 버는 사람이 합의금 명목으로 목돈을 주는 걸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편 이 차관에게 폭행당했다는 택시 기사는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이 차관에게)합의금을 받긴 했지만, 합의 제안을 받아 준 건 돈이 아니라 사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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