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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학교서 수능 타종 더 챙기겠지”…지침도 대안도 없는 교육당국
뉴스종합| 2020-12-29 10:51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수험생들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장에서 종료 종이 일찍 울려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수능 타종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까지 형사 고소했으나 수능 시험장 운영과 시험 감독관 관리를 총괄하는 교육부와 교육청은 해당 학교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에서 수능을 치른 수험생 9명과 학부모 16명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수능 당시 덕원여고에서 방송을 담당한 교사 1명, 고사실 감독관 3명, 고사실 감독관 업무 총괄자 1명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 24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와 함께 경찰에 수능 시험 타종 방식과 교육부·서울시교육청에서 내려온 수능 감독 지침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덕원여고 측과 고소장을 낸 수험생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한국사와 선택과목 2개를 차례로 응시하는 4교시에 제1 선택과목 종료령이 예정보다 약 4분 먼저 울렸다. 이후 제1 선택과목에 추가 시간이 주어졌으나 고사실별 감독관에 따라 시험지를 걷고 다시 나눠 주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했고 학생마다 주어진 추가 시간이 달랐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전언이다.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은 타종 방식과 그에 대한 책임은 시험장인 학교에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운영 지침에 타종 여부나 시간까지는 적시돼 있지만 그 외에는 시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 지침을 내리기 어렵다”며 “전반적인 수능 시험장 운영을 총괄하는 교육청이나 시험장인 학교에서 구체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별로 방송 시스템이나 (타종 시간)입력 방식도 다를 것”이라며 “교육청에서 일괄적으로 시스템을 정하거나 지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타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감독관들이 대처할 매뉴얼도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마련돼 있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시험장)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현장에서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도 “학교 총괄 감독관, 고사실별 감독관이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지 어떤 일이 어떻게 생길 줄 알고 그런 것(매뉴얼)까지 주겠냐”며 “이런 일이 생겼으니 내년부터 다른 학교도 타종 시간 조정할 때 더 챙기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덕원여고는 타종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경찰 수사와 교육청의 징계 의결에 따라 당시 방송 업무를 담당했던 교사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계획이다. 덕원여고 관계자는 “대부분 학교 방송실이 비슷할 테지만 결국 타종은 사람이 조작할 수밖에 없는데 관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타종 방식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아무리 매뉴얼이 섬세하게 돼 있더라도 촉각을 다투는 문제라 방송 사고에 대한 매뉴얼을 넣을 수가 없다”며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많은 부분들이 개선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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