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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는 탈락하고 2위가’ 갑자기 뒤바뀐 4조원짜리 구리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부동산360]
부동산| 2020-12-30 08:11
경기 구리시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위치도. [자료=구리도시공사]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4조원 규모의 구리시 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이 법적 다툼에 휘말렸다. 구리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2순위 업체를 선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구리시 측은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1순위 업체가 공모지침을 어겨 자격을 박탈했다는 입장이지만 업체 측은 구리시가 되레 공모지침을 위반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원 가처분 신청에 감사원 감사까지 청구돼 있어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돌연 1순위 업체 탈락…이유는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구리도시공사는 지난달 24일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2순위인 KDB산업은행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심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GS건설 컨소시엄은 이러한 공사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지난달 말 의정부지법에 사업협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달 10일에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공사는 GS건설 컨소시엄이 공모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건설사는 1개 컨소시엄에 2개사 이하로 제한한다’는 공모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실제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제21조 사업신청자격에 이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GS건설은 4위이고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현대건설과 SK건설은 각각 2위, 10위다.

구리시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공모지침서’ 제21조 사업신청자격의 내용. [자료=구리도시공사]

여기까지 보면 GS건설 측의 지침 위반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사의 질의답변서까지 확인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GS건설은 공모 접수 전 시공능력평가 기준과 관련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공사는 9월 1일 ‘1차 질의 회신안’에서 “시공능력평가·공시는 2019년 12월 31일 기준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GS건설은 공사 측 해석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이 기준대로 하면 SK건설은 11위로 컨소시엄 참여에 문제가 없다.

구리시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공모 관련 ‘1차 질의 회신안’의 내용. [자료=구리도시공사]

공사가 지침서 제47조 공모지침의 해석에서 “공고문, 지침서, 질의답변서가 상이한 경우 질의답변서, 지침서, 공고문 순으로 우선해 해석한다”고 밝힌 것도 GS건설 측 주장에 힘을 싣는다.

공사가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공모지침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공사는 지난달 5일 심사를 마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려 했다. 심사 당시 GS건설 컨소시엄은 1위, KDB산업은행 컨소시엄은 2위, 호반건설 컨소시엄은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 컨소시엄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사는 추가 검토 과정을 거쳐 GS건설 컨소시엄의 공모를 최종 무효 처리했다. 특정 업체의 이의 제기만 받아줬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구리시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자료. [자료=구리도시공사]
“공모지침 위반” vs. “공사 측 해석 따라”

GS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는 “심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던 사안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미뤄가며 자격 박탈의 이유로 삼았다는 게 의문”이라며 “누군가를 밀어주기 위해 안 되는 이유를 만든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공사 측 담당자는 “1위 컨소시엄의 자격 조건이 안 됐던 것”이라면서도 “현재 소송과 감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안승남 경기 구리시장은 지난 22일 구리시의회 본회의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은 토평·수택동 일대 약 150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한 뒤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총 사업비 4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행정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4년 착공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소송으로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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