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아파도 치료받기 어려워”…‘코호트 격리’ 간호조무사의 눈물
뉴스종합| 2021-01-02 09:01

31일 오전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태운 구급 차량이 정문을 나서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장기요양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더기 확진이 잇따르면서 간호조무사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코로나와 맞서 싸워야 하고, 기저질환자에도 더욱 각별히 신경을 쏟아야 하는 까닭이다.

경기도의 한 장기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정은화(가명·47) 씨는 2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지난해를 “요양시설에서 일했던 7년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정 씨가 근무하는 요양원은 지난해 말 한 달가량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 조치를 받았다. 외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에서 시작돼 70여 명의 노인 중 20여 명, 직원 10여 명 등이 양성 판정을 받은 탓이다. 이때 코로나19에 확진됐던 정 씨가 지역 생활치료센터에 다녀온 사이 정 씨가 돌보던 노인도 코로나19로 사망했다.

확진자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요양시설 내 노인들의 기저질환 치료 역시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5월께에는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된 환자를 구급차에 태운 채 3시간 넘게 헤맸으나 받아 주는 병원이 없어 요양원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정 씨는 “하혈하는 어르신이 차 안에 누워 수액 밖에 맞을 수 없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돌아가셔도 괜찮다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은 뒤에야 요양원으로 차를 돌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로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는 자체가 어려워졌다. 건강이 안 좋아진 노인이 코로나19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발열이 없어도 환자를 데리러 온 구급대원은 방호복을 착용해야 했다.

정 씨는 3차 대유행에 이르는 동안 개선된 점이 전혀 없다며 요양시설 내 의료진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요양시설 특성상 의료진은 적은데 저는 간호조무사라 의료 행위를 할 수가 없다”며 “어르신이 수액만 맞아도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데 요양원이라 처치를 못할 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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