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산업재해 ‘3重처벌’ 현실화 임박
뉴스종합| 2021-01-12 11:47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양형 기준안이 마련되면서 경영계는 선진국보다 더 강력한 처벌이라며 우려했다. 여기에 산안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나오면서 기업들을 이중 삼중 처벌할 수 있게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안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치사 범죄는 기본 양형기준이 징역 1년~2년6개월로 정해졌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대 징역 10년 6개월로 선고할 대폭 강화하는 기준을을 내놨다.

12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형위원회는 전날 화상 방식으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양형 기준안을 의결했다. 다만 다수범이나 5년 내 재범은 권고 형량이 최대 징역 10년 6개월까지 가중된다. 양형위는 다음 달 5일 양형 기준안에 대한 공청회를 연 뒤 29일 전체 회의에서 최종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2019년 산안법 전면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최대 징역 7년이며 5년이내 재범발생시 50% 가중처벌이 추가됐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면서부터 산안법과 함께 사실상 기업을 이중 삼중으로 처벌할 우려가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중대재해법은 헌법과 형법상의 책임주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등에 크게 위배돼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과 산업현장 관리에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경영계의 목소리는 사라진채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은 워낙에 위헌적인 소지가 많고 법 체계성도 결여된 측면이 있었는데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짧은 기간에 국회를 통과됐다”며 “일부 조항이 수정됐으나 여전히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세계 최고 수준의 강력한 법안으로 기업들의 경영의욕을 꺽는 법안이다”고 비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시스템부터 바꿔야 하는데 정부는 시스템보다 처벌을 통해 예방을 하려는 것 같다”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통과되면서 기업인들의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양형 기준안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의무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치사 범죄가 발생할 시 일본은 징역 6개월, 미국이나 프랑스도 고의 반복일 경우에만 징역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 중 양형 기준이 가장 강력한 편에 속하는 영국도 2년 이하 금고에 처한다. 현재 최대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는 양형안과는 격차가 상당하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통과된 상황에서 이렇게 양형 기준이 강화되면 기업으로선 경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상호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게 모두 기업주나 사업주로부터 발생한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라며 “사업주를 처벌하면 산업재해가 해결될 것이란 잘못한 착각이 각종 규제강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영계는 전날 야당을 찾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기업인을 범죄자로 내모는 법’이라면서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 삭제 또는 상한 규정으로 변경 ▷사업주 의무를 구체화·간소화 ▷의무를 다한 사업주는 처벌 면제 △건설업 등 업종 특성 반영 등을 보완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정환·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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