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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 화두가 된 사회…‘공정’이 흔들리자 ‘정치’도 흔들렸다
뉴스종합| 2021-01-13 11:22
여야 의원들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수처법 통과와 관련해 언쟁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국회에서 진행된 대통령 취임사인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큰 국민적 지지를 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민들은 공정한 사회를 기대했다. 그러나 집권 5년 차를 앞둔 문 대통령의 가장 아픈 손가락 중 하나는 ‘공정’이 됐다.

공정은 한국 정치에서 그간 빠뜨릴 수 없는 필수 덕목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공정이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국민들의 평가 기준도, 정치인의 우선순위도 모두 ‘공정’에 쏠렸다. 국회에 따르면 제21대 국회가 시작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공정’을 제안 이유에 담아 발의된 법안은 모두 534건에 달한다. 지난 제20대 국회 전체 기간 동안 법안 제안서에 공정이 2167번 거론됐던 것과 비교하면 법안에 등장한 공정은 크게 늘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에도 모두 ‘공정’이란 표현이 담겼다.

한 여권 소속 중진 의원은 “요즘 법안에는 ‘공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안 문구 하나를 갖고도 ‘특정 집단에 특혜를 준다’거나 ‘역차별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공정성 부분을 먼저 살필 수밖에 없다”며 “다른 의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보니 관련 내용이 법안에 더 많이 담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 사회는 ‘공정’ 문제가 연일 화두였다. 특히 청년들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은 주요 정국을 좌지우지했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의학전문대학원에 부정 입학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불공정 논란’ 여론이 최고치에 달했다.

이후에도 공정 논란은 대통령의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원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인국공’ 사태 당시 2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일주일 만에 12%p 떨어진 41%를 기록했다. 이후 회복세를 보였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9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이 불거지며 다시 41%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공공의대 설립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특정 계층을 입학시키려 한다”는 의혹이 가장 먼저 제기됐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연이은 ‘공정’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해 9월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만 37번에 걸쳐 ‘공정’을 강조하는 등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기성세대는 오랫동안 특권과 반칙이 만연한 사회에 살았다”며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듣는다”고 했다. 인국공 사태를 의식한 듯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한편에선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김규철 정치평론가는 “과거에도 입시 비리와 병역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금기시되는 ‘폭탄’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공정성에 대한 기준이 더 확대돼 주요 사안마다 유권자들이 ‘내가 차별받지는 않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과거 개발과 민주화 과정에서 비교적 소홀히 다뤄졌던 공정이 사회 변화에 따라 당분간은 계속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겨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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