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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의 절반 5조 기부” 발표한 김범수 의장…카톡 성공 사업가서 ‘한국판 빌게이츠’ 되다 [피플&데이터]
뉴스종합| 2021-02-09 12:04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카카오 제공]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국내 ‘주식부자’ 3위 김범수(사진) 카카오 의장이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깜짝 선언을 했다. 김 의장은 지난 10년 간 카카오톡을 ‘전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올려놓고, 카카오를 시가총액 10위권에 100여개 계열사 보유 기업으로 일군 인터넷 업계 입지전적 인물이다.

기업가로서 대성공을 거둔 김 의장의 시선은 사회문제 해결이란 또 다른 도전을 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재산 절반인 5조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그의 카톡 프로필 메시지처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윈도 운영체제(OS)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만든 빌 게이츠 창업자와 똑 닮은 행보다. 빌 게이츠도 기업가로 대성공 후 기부 재단을 설립하고 환경, 보건 등 자선활동에 집중해 왔다. 김 의장이 국내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성공 기업가에서 ‘한국판 빌 게이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의장은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이 다짐이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부 배경과 관련해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현재 전체 카카오 지분의 24.95%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 명의의 카카오 지분이 13.74%, 김 의장이 100% 보유한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의 카카오 지분 11.21%다. 김 의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8일 종가 기준 10조 997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이 중 절반을 기부한다면 기부 규모만 약 5조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이례적인 기부 규모다. 지난 2019년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매출 5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총 지출액은 2조9927억7110만원이었다. 이와 비교해 1.6배 가량 많은 규모를 김 의장 개인이 사회에 환원하는 셈이다.

매해 기부금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연간 기부금과 비교해도 14배 가까이 되는 수준이다. 기업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19년 기부금은 3577억원이었다. 또 지난해 카카오 연간 매출(4조1567억원)보다 많다.

‘통 큰 기부’의 배경에는 평소 사회에 대한 환원 의지를 밝혀왔던 김 의장 개인의 성장과정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출시 10주년 기념 동영상에서 김 의장은 “카카오의 10년이 ‘좋은 기업’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위대한 기업이 되고 싶다”며 카카오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야 할 것을 강조했다. 김 의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 역시 ‘더 나은 세상’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진 그의 개인 기부 규모는 130억원이 넘는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억원 씩 총 60억원을 벤처기부펀드인 씨프로그램‘에 기부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와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30억원 상당의 개인 카카오 주식을 기부했다.

5조원이라는 파격적인 기부 결정 배경을 두고 해석은 다양하다. 소위 ‘흙수저’ 출신으로 알려진 김 의장의 성장 배경이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 나온다. 김 의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2남 3녀 중 맏이로 태어나 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했다. 할머니를 포함한 여덞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을 정도로 힘들었던 유년 시기를 겪었다.

1세대 IT 기업 창업자로서, 새로운 기부 문화 확산이라는 의미도 있다. 해외의 경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IT 리더들이 기부 문화를 이끈다. 국내 기업 총수로는 최대 규모인 만큼, 김 의장의 기부 선언으로 한국형 청부(淸富) 모델이 확립될 지 주목된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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