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온라인쇼핑몰 대응' 미 초대형 테마파크 쇼핑몰, 코로나로 위기
뉴스종합| 2021-02-09 12:05
미 테마파크형 쇼핑몰 '데스터니 USA' 전경.[데스터니 USA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데스터니 USA'와 같은 테마파크 겸 미국의 초대형 쇼핑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뉴욕에서 최대 규모 쇼핑몰인 '데스터니 USA'는 오논다가 호수 인근에 세워진 6층 건물로서, 4만 평방피트(약 3716㎡) 규모의 테마파크 '원더웍스'가 자랑거리였다. 원더웍스에서는 가상 지진, 우주 여행 등을 체험해볼 수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에게 좋은 장소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미 뉴욕주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쇼핑몰 대부분의 위락시설 폐쇄를 결정, 현재 쇼핑몰 공간의 18%만 운영 중인 상황이다.

이 쇼핑몰 소유주인 피라미드매니지먼트그룹은 야외 쇼핑몰에 테마파크를 결합하는 것이 갈수록 대세가 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대응을 위해 결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전략은 더 이상 생존 전략이 될 수 없고, 오히려 무거운 부담으로 남았다고 WSJ는 전했다.

주당국의 전염병 대책이 완화돼 쇼핑몰 운영은 재개됐으나, 테마파크 시설 상당 부분은 여전히 닫힌 상태다. 민간 기업인 피라미드 그룹은 '데스터니 USA'와 뉴욕 웨스트나약 소재 펠리세이드센터 등의 테마파크 확장 공사를 위한 비용 상당 부분을 대출에 의지했고, 채무 상환 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트렙 LLC에 따르면, 피라미드 그룹은 지난해 4월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담보증권인 CMBS 채무상환 기일을 이미 넘겨 일시적 유예나 상환 연장을 논의 중인 상태다.

쇼핑몰에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다른 회사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미네소타의 '몰오브어메리카', 뉴저지의 '어메리칸드림' 등의 쇼핑몰을 소유하고 있는 트리플파이브 그룹 역시 워터슬라이드나 실내 스키장 등 테마파크 시설에 과도하게 투자한 상태다.

▶테마파크 초대형으로 키운 쇼핑몰 자금난=특히 피라미드나 트리플파이브 측은 다른 쇼핑몰보다 테마파크에 과도하게 투자해 돈을 갚기 어려운 지경에 몰려 있다.

지난해 미국 4대 쇼핑몰 중 3개 업체가 CMBS 채무를 불이행했고, 나머지 1개 업체는 지방정부 채권 상환 기일을 넘겼다.

신용평가기관 DBRS모닝스타에 따르면 CMBS 쇼핑몰 대출액 506억달러(약 56조5000억원) 중 14%가 2020년 말로 예정된 지급 기일을 넘긴 상태다. 이는 전년도인 2019년보다 2.7%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소매점 컨설팅회사 사이트웍스 대표인 닉 에젤라니언은 "쇼핑몰 내 위락시설은 통상 방문객의 보행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끝없이 들어가는 비용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을 구성할 때 위락시설 부지는 가장 비싼 부지에 속한다. 그런데 전염병 대유행 시기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장소는 피하게 된다"면서 "업계가 직면한 어마어마한 딜레마"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져 코로나19 이전 일상이 회복될 경우를 가정해 "전염병 대유행 시기가 끝나면 이런 투자는 다시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피라미드와 트리플파이브 측은 올해 코로나19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또 대출금 상환 기일이 예정돼 있다.

피라미드 CEO 스티브 콘젤은 데스터니 USA가 이번 난관을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올여름 데스터니 USA가 운영을 재개하면 그동안 격리 생활에 지친 부모들과 아이들이 몰려들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80% 정도는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 분야(쇼핑몰 테마파크)는 분명히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하지만 점차 정상을 되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테마파크 업체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돈을 갚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파산과 비슷한 업종간의 경쟁 심화 등의 요소는 쇼핑몰 채무 불이행을 가속화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하고 있다.

은행 등 채권자들이 쇼핑몰에 담보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쇼핑몰 담보권을 행사할 경우 어마어마한 규모의 쇼핑몰을 채권자가 직접 운영하거나,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14개의 쇼핑몰을 보유한 피라미드는 16억달러의 부채 중 오는 4월 11개 쇼핑몰에서 12억달러(약 1조3388억원)의 CMBS 부채를 갚아야 한다. 데스터니 USA는 4억3000만달러(약 4800억원), 팰리세이드센터는 4억1850만달러(약 4670억원)의 채무를 불이행한 상태다.

지불유예나 상환 연장을 논의해 온 피라미드는 올해 11월까지 기한을 연장한 상태다.

피라미드 측은 "지금의 어려움은 쇼핑몰업계 전반에서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우리가 과거에도 경험한 바 있는 재무적 구조조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 공대에서 쇼핑몰 개조를 연구하는 엘렌 던햄존스 교수는 "쇼핑몰은 1950년대 이후 교외지역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였지만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열광하면서 야외 아울렛 등은 점차 문을 닫게 됐다"면서 "과거 미국에서 쇼핑몰로 운영됐던 1500여개의 부지 중 500곳은 더 이상 쇼핑몰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안 검토하는 쇼핑몰 업계 "접종 확산되면 돌아올 것"=쇼핑몰 운영 전문가들은 이제 쇼핑몰을 상대로 여러 시범적 조치를 취하면서 다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강구하고 있다.

미국 수백여곳의 쇼핑몰에서는 미니골프장, 카트 라이딩, 볼링장, 컴퓨터 오락실 등 소비자들이 집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상업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대다수의 쇼핑몰에서 이런 위락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 전체 상업시설의 2%로 미미한 수준이다.

피라미드나 트리플파이브는 다른 쇼핑몰보다 훨씬 투자를 많이한 경우다. 피라미드가 투자한 데스터니 USA와 펠리세이드센터는 면적의 12.5%, 12.2%가 각각 테마파크로 꾸며졌다. 나머지 12개의 피라미드 보유 쇼핑몰은 규모가 작은 편이고, 위락시설 비중은 3.8~18.1%에 걸쳐 있다.

지난 2019년 개장한 트리플파이브의 '어메리칸드림'은 55%가 위락시설이다. 또 1992년에 오픈한 미네소타주 블루핑턴의 '몰오브어메리카'는 롤러코스터와 대규모 해양 아쿠아리움 등 25%가 위락시설이다.

'몰오브어메리카'의 롤러코스터는 지난해 3월 문을 닫았다가 8월 다시 오픈했지만, 11월 21일 다시 닫았고 지난달 11일 재오픈했다.

트리플 파이브는 지난해 14억달러(약 1조5610억원) 규모의 '몰오브어메리카' 모기지 대출 상환을 불이행했다. 채권자와 협의 끝에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대출이자만 상환하기로 하고 상환 시기는 오는 12월이 될 전망이다.

트리플 파이브의 뉴저지 이스트 루더포드 소재 '어메리칸드림'은 쇼핑 공간보다 위락시설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한 최초의 미 쇼핑몰이다. 이 쇼핑몰 프로젝트에는 57억달러(약 6조3555억원)이 투입돼 미 역사상 최대 투자액으로 만든 쇼핑몰로 기록됐다. 1000피트(약 30m)가 넘는 실내 스키장 등을 보유한 이곳 시설은 지난해 3월 엄청난 규모의 실내 파도타기 수영장을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그달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해 10월 다시 문을 열어 현재 쇼핑몰의 3분의 2가 운영 중이다.

워터파크, 니켈로디언 테마파크, 미니골프장, 아이스링크 등도 운영 중이다. 아쿠아리움, 레고랜드, 미러메이즈 등 그외 다른 시설은 단 하루도 열지 못했다. 현재 보수 공사 중이거나 충분한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를 기다리는 상태다.

트리플 파이브는 지방정부 채권 등을 포함해 27억달러(약 3조원)를 빚진 상태다. 루더포드 구청에 따르면 '어메리칸드림'은 2019년 100만달러(약 11억원), 지난해 200만달러(약 22억원) 세금대환 채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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