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사립 vs 공립’, ‘고소득 vs 저소득’…초교부터 학력 ‘천양지차’ [코로나가 불러온 격차 ④교육]
뉴스종합| 2021-02-10 11:06

#. 서울의 A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조모(9)군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화상수업시스템 ‘줌(zoom)’을 통해 쌍방향 수업을 듣는다. 지난해 3월 개학이 연기됐지만, 학교 측은 3월 중순부터 발빠르게 줌 수업을 시작했다. 조 군의 학부모 B씨는 “처음에는 학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1년이 지나보니 아들의 수업 습관을 잘 잡아준 것 같아 사립초 진학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C공립초등학교에 다니는 윤모(8)군은 학교 돌봄교실을 다녀온 뒤 오후 2시께 할머니집으로 돌아가 게임이나 TV를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윤 군의 학부모 D씨는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등교한 날이 50일이 채 안된다”며 “맞벌이를 하고 있어 돌봄교실에 보내고 숙제만 겨우 챙겼는데 올해 2학년도 또 그렇게 지나갈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등교수업이 제한되고 원격수업 위주로 운영되면서 학생 간 학습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등교수업을 대신해 원격수업으로 연간 수업일수를 채웠지만,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이 없는 ‘무늬만 원격수업’은 결국 등교수업의 공백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실제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해 7월29일~8월1일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85만73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학기 원격교육 경험에 대한 분석 결과, 교사들의 79%는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에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했다. ‘학습격차에 변화가 없다’는 약 17.7%, ‘학습격차가 줄어들었다’는 답변은 3.4%에 그쳤다.

학습격차가 심화된 이유에 대해서는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라는 응답이 약 65%나 차지했고,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 약 13.9%, ‘학생·교사간 소통 한계’ 11.3% 등으로 나타났다.

원격수업의 학생간 학습격차 개선을 위해서는 ‘등교수업을 통한 오프라인 보충 지도’(37.1%), ‘개별화된 학습관리 및 진단이 가능한 플랫폼 구축’(31.2%)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수업의 공백은 결과적으로 사립초 선호현상으로 이어졌다.

2021학년도 사립초 경쟁률은 6.8대 1로, 1년 전(2.05대 1)에 비해 3배 이상 뛰어올랐다. 올해 한시적으로 사립초에 복수지원이 허용된 면도 있지만, 지난해 공립초의 원격수업이 EBS나 동영상 위주였던데 비해 사립초는 쌍방향 수업을 진행해 선호도가 높아진 탓이다. 일부 사립초의 경우, 올해 경쟁률이 무려 10대1을 넘었다.

한 사립초 학부모 이모 씨는 “지난해 학기 초에는 1,2학년들이 원격수업을 시작해 못 미더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이 선생님과 적응하며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봤다”며 “학비를 더 냈어도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사립초와 공립초 간 등교수업 일수도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사립초는 주당 평균 4.2일 등교했지만, 공립초는 1.9일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공립초 1학년 학부모 김모 씨는 “지난해 2학기부터 교사들이 줌을 통해 출석체크를 진행했는데, 하루 20~30분 가량 출석 및 문제풀이, 책읽기, 저글링하기 등을 배우고 있다”며 “생각보다 아이들이 줌 수업에 적응을 잘하고 있어, 올해는 원격수업 때 줌 수업이라도 더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모의 소득이나 개인과외 여부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학습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고소득층 자녀의 경우, 학교나 학원 수업의 공백을 개인과외로 채우고 있는 반면 저소득층 자녀들은 말 그대로 방치되면서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가급적 등교수업을 늘리되, 등교가 어려운 경우 원격수업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계보경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책임자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대면수업을 하거나 혹은 학교 외 학습공간에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제고시킬 교육 방안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태훈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아이들은 부모들이 바쁘고 가정에서 수업을 듣기가 어려운 만큼, 돌봄교실에서 교사나 자원봉사자들이 돌봐주는 상황에서 원격수업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학교를 닫으면 ‘방역’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 효과는 매우 적은 반면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게 크다”며 “정부는 학교를 닫을 때 인적자원 개발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장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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