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포르노 잡지 ‘허슬러’ 창간 래리 플린트 사망…향년 78세
뉴스종합| 2021-02-11 14:08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1996년 개봉작 래리 플린트 포스터.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세계적인 유명 포르노 잡지 ‘허슬러’를 창간한 래리 플린트가 사망했다.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성인물 산업을 키운 사업가이기도 한 그는 종교계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다 소송전에 휘말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유명한 판례를 남기기도 했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플린트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사망 소식은 동생인 지미 플린트가 확인했고,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42년생인 플린트는 포르노 잡지 ‘허슬러’를 창간하며 미국 사회에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인의 성생활을 그대로 보여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과없는 성행위 장면을 그대로 노출했다. 단순히 성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인이나 유명인에 대해 직설적인 비난 글을 게재하며 수차례 체포되기도 했다.

플린트는 ‘허슬러 vs 폴웰 사건’으로 더욱 유명하다. 미국에서 언론·출판의 자유에 관한 유명한 판례이기도 하다. 기독교 원리주의자인 제리 폴웰 목사가 허슬러의 성 상품화를 비판하자 플린트는 살해위협까지 받았고, 플린트는 허슬러를 통해 폴웰을 강도높게 모욕하며 비판했다. 1983년에는 폴웰 목사를 비방하는 광고를 게재했는데, 근친상간 등을 언급하는 등 교계가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을 다뤘다. 다만 이 내용은 실제가 아니며, 가상 인터뷰라는 점을 기재했다.

폴웰은 허슬러를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플린트의 손을 들어줬다. 공적인 인물이나 정책을 비판할 권리는 미국 시민의 권리이고, 설령 그 비판이 증오나 악의에 의한 것이라도 ‘생각의 교환’에 기여하는 이상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 판결로 미국 창작물에서 유명인을 실명으로 비난하고, 조롱할 수 있게 됐다. 이 이야기를 다룬 1996년 영화 ‘래리 플린트’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플린트는 실제 총격을 당해 하반신이 마비돼 이후 휠체어를 사용했다. 허슬러의 흑인남성과 백인여성 간 성애 묘사에 격분한 백인우월자의 범행이었다. 허슬러는 1975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나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진을 게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jyg97@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