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성 추가 보장해준다지만, 정책 불신에 외면
1만가구 압구정, 2.7만 목동 등 전면 나서
[헤럴드경제=최정호·이민경 기자] 서울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970년대 만들어진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들이 조합설립인가를 서두르고 있고, 1980년대 들어선 목동 아파트들도 속속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 마포 성산과 노원 상계동 단지들도 조합 설립을 서두르거나 안전진단 절차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
지난 10년 간 꽉 막혔던 이들 대규모 단지들은 공공성을 강조한 정부의 공급 대책 대신 수익성이 높은 민간 개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1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1만 가구가 넘는 압구정동 6개 정비구역은 설 연휴를 전후로 4구역이 재건축조합 설립인가를 받는 등 정부의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 요건을 피하기 위해 조합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성 1·2차 아파트가 있는 1구역과 현대아파트의 2·3구역, 한양아파트의 5·6구역 등도 이미 신청에 나섰거나 이달 중 조합설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재개발에 나선다.
14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들도 마찬가지다. 2만7000여 가구의 목동신시가지 단지 중 6단지가 지난해 일찌감치 안전진단 절차를 마무리한데 이어, 2단지와 3단지 등도 속속 안전진단 첫 관문을 속속 통과했다. 양천구청은 이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을 전담하는 ‘목동 재건축팀’까지 만들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양천구 목동아파트 단지 일대. [양천구 제공] |
이 밖에 72%가 넘는 주민들의 동의 속에 정비구역 지정을 서두르는 마포 성산시영, 안전진단 신청에 나서고 있는 상계주공 아파트단지 등도 서울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재건축 지역이다.
이들 단지들 대부분은 정부의 ‘공공 재건축’ 대신 ‘민간 재건축’을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가 20여개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대해 강도높은 비리 적발을 골자로 하는 실태점검에 나서는 등 재건축 억제라는 기존 정책 고수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 반대로 흐르고 있다.
정부의 조합원 2년 거주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3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조합설립에 나선 압구정 아파트단지가 대표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2·4대책으로 추가 수익을 약속했지만, 그 수익률은 최대 30%로 한정했다”며 “이들 아파트 가격이 대책 발표 후 오른 것은, 공공 재건축을 수용하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2·4대책의 핵심인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정작 공공 재건축 대신 각종 규제에도 민간 재건축에 나서면서, 정부가 자신했던 공공 중심의 38만호 신규 공급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물론 정부의 공공 재개발과 한 배를 탄 여당 후보들까지 ‘민간 자율’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재건축 붐’의 또 다른 이유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민간의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서울에서 없다고 보면 된다”며 “조합 설립이 지지부진하고 사업성이 안나오는 지방 구도심 같은 곳을 공공 재개발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하지만 지금은 불확실성만 큰 상태”라며 이 같은 서울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의 공공 재건축 거부 현상을 불러온 정부의 정책 문제도 지적했다.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