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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정지’ 앞다퉈 내놓는데…학폭 징계·대책 실효성 있나
엔터테인먼트| 2021-02-17 09:20
중학교 시절 학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연합]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과거 학교 폭력(학폭) 가해자로 드러난 여자 프로배구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상 흥국생명)에 대해 소속팀과 대한민국배구협회, 한국배구연맹(KOVO) 등이 잇따라 징계안과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팬들은 징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7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KOVO는 학교 폭력 연루자에 관해 최고 영구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규정을 만들 방침이다. 그동안 KOVO는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 제10조에 따라 강간, 유사 강간, 이에 준하는 성폭력, 중대한 성추행 시에만 영구 제명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신인 선수들은 드래프트 시 해당 학교장 확인을 받은 학교폭력 관련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내용이 허위로 확인될 경우 선수에게는 영구제명, 해당 학교는 학교 지원금 회수 등 관련 조치가 취해진다.

하지만 이번 학폭 논란의 중심에 선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과 OK저축은행 송명근, 심경섭 등에겐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신무철 KOVO 사무총장은 "관련 규정은 신설 후 효력을 가진다. 이미 가해 사실이 밝혀진 선수들에겐 관련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연맹에서 해당 선수들의 학폭 행위에 대해 실질적으로 제재를 가할 징계는 전무한 셈이다.

흥국생명 홈구장 인천 계양체육관 내 선수들의 어린시절 사진을 전시한 갤러리에 이재영과 이다영의 사진이 사라졌다. [연합]

쌍둥이 자매들이 속한 흥국생명과 대한배구협회가 중징계라며 발표한 ‘무기한 출전정지’ ‘무기한 국가대표 자격 박탈’ 역시 오히려 팬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무기한 정지’라는 조건이 사회적 분위기와 구단의 재량에 따라 ‘언제든 족쇄를 풀어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올시즌은 정규리그 6경기에 포스트시즌 밖에 안남은 데다 다음 시즌은 8개월이나 지나 개막한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가 2018년 1차 지명 신인 안우진의 학폭 의혹이 일자 정규시즌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린 것처럼 오히려 구체적인 경기수로 코트 복귀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이재영은 과거 대표팀 차출 거부 논란이 있었던 터라 팬들은 국가대표 자격정지 징계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의 배구계 퇴출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2만명이 넘는 동의가 이어졌다. 개인에 대한 처벌보다는 체육계 고질병을 근절할 시스템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어떤 종류, 어떤 시기의 폭력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 아래 일벌백계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없다면 수십년 이어진 뿌리깊은 병폐가 한순간 사라지긴 요원해 보인다.

한편 국민 10명 중 7명은 학교폭력 선수에 대한 출전 정지 및 국가대표 자격 박탈 등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선수에 대한 자격 박탈 찬반을 결과 '일벌백계로 처리해야 한다'라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70.1%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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