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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상승·파월 발언에 자극…성장주·가치주 논쟁 가열
뉴스종합| 2021-02-25 11:32
25일 코스피가 하루만에 3000선을 회복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실시간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

가파르게 진행됐던 미국 시장 금리 상승이 성장주와 가치주의 주도주 논쟁을 재현시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본격적인 접종으로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에너지, 소재, 금융 등 전통적인 가치주들의 강세가 지속되는 데 따른 현상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성장주가 대거 포진한 나스닥종합 지수의 조정이 이어지자 주도주 논쟁은 한층 가열되는 모습이다.

한국 증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2차전지와 바이오, 그린에너지 등이 주도하던 미래 성장산업이 최근 조정을 받는 가운데 정유, 화학, 철강 등 전통적인 가치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가치주의 강세를 전망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기존 주도주였던 성장주의 상승 추세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완화적 통화정책 발언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경제 정상화에 가파른 금리 상승…금융·에너지 가치주 상승, 나스닥 기술주 약세= 성장주와 가치주의 주도권 싸움은 시장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촉매제가 됐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4%에 육박하자 성장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통상 성장주는 먼 미래의 이익을 현 주가에 끌어오는 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할인율 확대는 치명적이다. 이는 미국의 다우존스산업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의 흐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다우존스산업 지수는 전통적인 가치주의 포진 비중이 높고, 기술주가 대거 포진한 나스닥종합지수는 성장주를 대변한다. 이달 1일 이후 나스닥종합지수는 1.4% 상승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5.8%가 올랐다.

국내 증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 상승 수혜 업종인 은행업종은 이달에만 5.2%가 상승했으며, 대표적인 가치주 섹터인 철강 업종 또한 같은 기간 4.6% 상승했다. 이에 반해 미래 성장 섹터인 2차전지, 그린에너지 등은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지난 24일까지 이달에만 8.8%가 빠졌다. KRX 바이오 K-뉴딜지수는 무려 18%가 급락했다.

이상민 카카오페이 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색깔이 급격히 변하며 기술주가 주도하던 성장주 장세 대신에 가치, 시클리컬(경기민감주) 위주의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며 “금융, 소재, 자본재, 음식료 등 전통적인 가치주 컨셉의 종목이 유망 포트폴리오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파월 완화적 통화정책 재확인…이익 지속 성장주 추세 전환 아니다= 성장주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지만, 금투업계에서는 주도주의 교체를 판단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2차전지, 반도체 등 성장주들이 실적 기대감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를 주도하는 성장주들은 이익이 성장하는 구간에 있고, 최대 이익의 기록을 지속적으로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클리컬 주식들이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겠지만,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파월 의장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며 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운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파월 의장은 24일(현지시간)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도달하는 데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면서 금리를 장기간 동결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장중 1.4%를 넘어서며 치솟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반락하며 1.38%선에 멈춰 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과 중국 인민은행 모두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긴축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고, 높아진 물가나 금리 수준이 경기와 기업이익을 훼손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주식시장 하방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난해 팬데믹 특수 환경에 따라 언텍트 산업의 시장 주도가 시작되었고, 친환경 투자붐에 따라 전기차 관련 산업의 급등, 반도체 부활 등이 제로금리 시대에 ‘성장’에 목말라 하는 시장참여자의 바램을 반영시켜 왔다”며 “현재 명실상부한 주도섹터는 배터리를 포함한 소재, 플랫폼 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정보서비스 업종”이라고 강조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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