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착한 배터리만 살아남는다” K-배터리 견제하는 유럽[TNA]
뉴스종합| 2021-03-01 10:01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34.7%를 기록했다. 김현일 기자.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한·중·일 3국이 각축전을 벌이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유럽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엄격한 환경 기준을 앞세워 아시아 배터리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EU 신(新) 배터리규제'를 통해 환경친화적 배터리만 유럽시장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선포했다.

배터리 생산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이른바 '착한 배터리'에만 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기준에 부합하는 배터리에 한해 역내 유통을 허가하는 방침을 준비 중이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채굴이 얼마나 윤리적인지,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 재활용 원자재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이 구체적인 기준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은 이 기준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국제표준으로 만들어 배터리 시장 환경을 유럽 기업에 유리하게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최근 생산 공정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고, 원자재 구매에도 윤리적 측면에 집중하며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청주공장의 전력 30%를 한국전력의 재생에너지 전기 구매 프로그램 '녹색프리미엄'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중국 우시에 있는 양극재 공장 역시 현지 풍력·태양광 전력판매사인 ‘윤풍신에너지’로부터 연간 140GWh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수급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최근 국내 최초로 사업장의 전력 100%를 친환경 전력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충북 증평과 청주에 위치한 분리막(LiBS) 공장은 태양광·풍력·수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받아 사용할 방침이다. 향후 중국 창저우와 폴란드 실롱스크주 등 해외 사업장에도 순차적으로 친환경 전력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SKC는 2023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들어서는 동박공장을 100%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소재다. 말레이시아는 특히 수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많아 환경친화적 생산체제 구축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유럽이 국내 배터리 3사의 성장을 견제하고, 아시아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환경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럽 기업들을 중심으로 배터리 산업을 키워 자급자족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스웨덴 배터리 기업인 노스볼트(Northvolt)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노르웨이의 알루미늄 생산기업인 하이드로(Hydro)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노스볼트는 2030년까지 배터리 원재료 중 재활용 원재료 비중을 5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트렌드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해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향후 유럽 지역의 완성차 업체나 고객사들이 환경친화적으로 생산된 소재를 콕 집어 집중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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