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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어떤 위치에 있든”…정치권이 요동친다
뉴스종합| 2021-03-04 14:16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대구고검과 지검에서 직원과의 간담회를 끝낸 후 차에 오르기 전 직원들에게 손뼉을 쳐주며 격려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사퇴를 공식화함에 따라 정치권에도 후폭풍이 강하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윤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취재진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어떤 위치에 있든…”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정계진출을 긍정하는 발언이라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해석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당장 ‘윤석열 대망론’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윤 총장은 이미 여권에서 추진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고 있었다. 윤 총장이 내달 7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계 진출을 선언한다면, 선거판이 요동칠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시점은 공교롭게 내년 대선 선거일(3월 9일)의 1년전, 자신의 임기만료 4개월전이며 가깝게는 4·7 재보궐선거를 한달여 앞둔 시점이다. 사의 발표 시기만으로도 정치적 효과가 극대화된 상태다.

윤 총장은 전날(3일)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말에는 확답을 피해 정치 행보 논란이 불거졌다. 윤 총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에 대한 방법은 퇴임하고 나서 생각해보겠다”는 발언에서 한발 더 나간 것으로도 해석됐다. 아울러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를 찾았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한 행보라는 말이 나왔다.

‘윤석열 대망론’은 지난해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를 단행하면서 ‘추-윤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유력하게 흘러나왔다. 실제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일 발표한 차기 대권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 지지율은 30.4%를 기록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15.0%)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5.0%)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최근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다면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에서 이날 발표한차기 대선 적합도 조사에서 윤 총장 지지율은 전주보다 2%p 오른 9%를 기록했다. 관련 조사는 윤 총장이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낸 1~3일 이뤄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여당과 청와대는 향후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윤 총장이 선거를 앞두고 중대결심을 할 경우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가덕도 신공항 추진 등 유리한 이슈가 묻혀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 총장을 중심으로 보수 야권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야권에서는 ‘윤 총장 조기 등판론’을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총장이 당정청을 향해 반발이 부각 될수록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윤 총장이) 이제는 마음을 먹은 것 같다”며 “수사권 폐지와 중수청이 윤 총장에게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을까 본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기존 여야 정당이 아닌 신당 창당을 통해 향후 대권에 도전한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이전 박근혜 정부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3지대를에서 자리를 잡은 이후, 야권 단일화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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