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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까지 동원?” 북한 8살 유튜버 앞세워…
뉴스종합| 2021-03-08 14:31
북한 어린이 유튜버 '리수진'이 올린 새해 설인사 영상[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아침에 깨어나보니 아빠 엄마는 모두 직장에 갔어요. 아빠 엄마 고조 일밖에 몰라요. 그래서 난 아빠 엄마를 꼭 기쁘게 해드리겠어요”

8살 여자아이 리수진이 북한 선전용 유튜브 채널 뉴디피알케이(new dprk)에서 ‘80일 전투과제’에 임하는 자신의 부모에 대해 말한 내용이다. 80일 전투는 북한이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과제다. 열심히 일하는 부모를 위해 자신도 높은 성적을 받겠다는 다짐도 내비친다. 앳된 얼굴이지만 말투는 똑 부러진다.

북한이 8살 소녀 리수진을 내세워 유튜브 선전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 4월 자신의 일상을 소개하는 첫 영상을 올린 뒤, 지금껏 후속 콘텐츠는 10개를 넘었다.

리수진은 앞선 북한의 호전적인 반미(反美) 선전 유튜브 영상과 달리 가정집 일상을 소개한다. 영상에 따르면 리수진은 2013년 평양산원에서 태어났다. 평양 특권층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에 걸맞게 리수진의 집에는 피아노뿐만 아니라 대형 소파와 어항, 러닝머신 등이 구비됐다. 외부에는 최신식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며 풍족하고 부유한 평양 시내 가정집의 모습을 보여준다.

평양 옥류아동병원에서 리수진이 치과 진료를 받는 모습[유튜브 캡처]

아이를 내세워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지만, 리수진의 말과 행동은 선전용으로 설계됐음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제6회 병원에 간 수진이’라는 영상에는 리수진 모녀가 치과와 복부초음파 검사실을 차례로 방문해 간단한 검진을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수진은 진료를 마치고서 "시설이 훌륭하지?"라는 어머니의 물음에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이 지으셨어요"라고 답한다. "위대한 아버지 사랑을 가슴에 안고 어떻게 해야겠어요?"라고 물음에는 어머니와 함께 "공부도 잘하고 생활도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연설하듯 말하기도 한다.

영상 속 병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2013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68주년에 완공된 옥류아동병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8년 9월 18일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방문한 적이 있는 장소다.

지난해 12월, 에코오브트루스 진행자 '은아'가 구글 삭제 조치에 항변하는 모습. 해당 채널은 다시 폐쇄돼 현재 볼 수 없다.[유튜브 캡처]

북한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튜브를 통한 체제 선전에 나서고 있다. 구글로부터 채널이 삭제 조치를 당하면, 이내 다시 개설하며 ‘유튜브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구글로부터 수차례 삭제조치 당한 북한 유튜브 선전계정 ‘붉은별TV’가 다시 채널을 개설했다. 이 채널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구글로부터 6번(2020년 1·6·7·9·11월, 2021년 1월) 삭제 당했다. 유튜브측은 “약관을 위반한 계정은 해지될 수 있다”며 삭제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 에코오브트루스는 삭제 당한 뒤 아직까지 개설되지 않고 있다. 당시 ‘에코오브트루스(echo of truth)’ 진행자인 북한여성 ‘은아’는 삭제 조치에 항변하며 “누굴 비난하거나 거짓 소식을 전한 바 없다”며 “나의 조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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