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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H 투기 의혹 직원, 강원도에서 경기도로 대출…원칙은 NO”
뉴스종합| 2021-03-10 10:23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매입한 경기도의 한 토지 앞에 설치된 펜스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광명·시흥 일대에 상품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용버들을 심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대출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직원은 강원권 지역농협 자금을 대출해서 경기 광명시 땅을 샀는데, 통상 지역농협의 특성상 관할 영역을 넘어 자금을 대출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LH 과천의왕사업단에서 과천주암지구 보상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강모 씨는 경기 광명시 옥길동 16X-X 번지 토지 526㎡(약 159평)를 2017년 9월 27일 매입했다. 이곳에 강씨는 상품 가치는 별로 없지만, 신도시 개발 등에서 토지 보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용버들을 심었다.

9개월 뒤인 2018년 6월 27일 강씨는 다른 LH 직원 3명과 함께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 3XX 번지 땅 5905㎡(약 1786평)을 매입하고 이곳에 또다시 용버들을 심었다. 강씨는 2012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LH 내 부동산 고수로 소개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강씨의 옥길동 16X-X 번지 등기부등본을 보면, 강원 지역 A협동조합 B지점에서 대출이 이뤄졌고, 1억2000만원의 채권최고액(돈을 빌려주는 곳에서 갚으라고 요구한 금액 한도)이 설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상 대출금의 120% 수준에서 채권최고액이 설정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강씨가 1억원을 해당 협동조합에서 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속 직원 강모 씨가 2018년 6월 매입한 땅에 심어져 있는 용버들의 모습.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그런데 지역농협은 통상적으로 해당 농협이 속한 권역을 벗어나 대출해 주는 경우가 없다. 헤럴드경제는 강원권 지역농협 3곳, 다른 권역 지역농협 6곳, 농협중앙회 소속 은행 1곳에 전화를 걸어 다른 권역 대출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그 결과 대출 상담자들은 모두 “굳이 경기도 땅을 사면서 왜 다른 ‘지역농협’에서 대출을 받으려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몇 곳은 “원칙상, 강원 지역 농협은 강원도를 벗어나 대출할 수 없다”는 답변도 들려 줬다.

대출 상담만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한 직원은 “저도 여기서 몇 년 일하면서 땅 매입 주소를 벗어난 다른 지역농협에 대출을 문의해 본 적이 있다”며 “그런데 지역이 다른 상황에선, 단 한 곳에서도 대출해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 권역 지역농협의 대출 이자에도 차이가 없기에, 굳이 타 지역을 찾아나설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에 땅을 사면서 강원도 지역농협을 이용하면, 오히려 손해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지역농협 대출 상담자는 “강원도 직원이 멀리 있는 경기도까지 가서 땅을 감정평가해 값을 매기고 대출을 해 줘야 하면, 금융기관 입장에선 비용이 더 든다”며 “대출금도 1억원이면 소액인데, 그 소액 대출 때문에 은행이 그런 수고를 하게 되면 오히려 대출금리가 높아져 채무자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부동산 매매 관계자는 “대출과 관련해 지역농협 역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만약에 강씨가 이 땅이 신도시로 개발돼 토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역농협에서 대출 금리 혜택을 받고 이런 정보를 서로 얘기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대출을 하며 근저당권을 설정한 지역농협 입장에서는 신도시 개발로 토지 보상을 받으면서, 대출금 회수도 무리없이 가능하다.

A협동조합 측은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이라 어떠한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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