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서로 수액 놔주고 퇴근후 응급실행...백신 맞은 의료진 ‘고군분투’
뉴스종합| 2021-03-15 11:37
지난 10일 오후 경기 북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 고양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코로나 전담병원 의료진과 종사자에 대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맞고 이틀 만에 회복했어요. 24~48시간째가 가장 심하다 더니 거짓말처럼 이틀째 아침이 되니 괜찮아지더라고요.”

수도권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양성이었다가 음성이 된 환자들을 담당하는 간호사 김모(25) 씨는 지난달 26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접종이 시작된 지 17일 만인 15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씨를 비롯해 백신 접종을 받은 의료진은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의 이상반응에도 근무를 소화하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 중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경우 유급휴가를 1~2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4일 0시까지 ▷요양병원 17만6764명(86.6%) ▷요양시설 8만3898명(77.3%) ▷1차 대응요원 4만1457명(55.0%)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25만9666명(75.0%) ▷코로나19 환자치료병원 2만6099명(44.9%)이 예방 접종을 받았다.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대하는 인력은 화이자를, 그 외 대부분 인력은 AZ 백신을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층에서 면역반응이 심하다고 알려진 AZ 백신을 맞은 의료진들은 서로 수액을 놔주고 퇴근 후 응급실에 가면서까지 이상반응을 견뎌 내고 있었다.

김씨는 이달 11일 낮 12시께 백신 접종을 받고 타이레놀 두 알을 챙겨 먹은 뒤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약간 두통과 오한은 있었지만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병원에서 이틀 정도 아플 수 있으니 타이레놀을 챙겨 먹으라는 당부를 들은 터라 아프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없기도 했다.

그러나 근무를 마치고 잠들었다가 다음날인 이달 12일 2시께 너무 추워 놀라서 깼을 때 체온은 38.3도까지 올랐다. 김씨는 “다음날이 헬이었다”며 “약 기운이 떨어질 쯤이면 바로 오한과 두통이 시작되고 눈이 아파 야간 근무하며 힘들었지만 딱 40시간 정도 지나니 몸이 회복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상반응이 심한 간호사들은 일을 못하고 퇴근하고 응급실에 가서 수액을 맞기까지 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또 다른 간호사 김모(27) 씨도 “타이레놀은 달고 살았고 간호사들끼리 서로 수액을 놔줬다”며 “독감 접종과는 다르게 부작용을 겪는 20대가 훨씬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접종 후 이상반응들을 겪었던 만큼 유급휴가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간호사 김씨는 “어떤 사람은 참을 만 하고 어떤 사람은 심하게 아픈데 대부분 접종을 비슷한 시기에 하니 결국 더 아픈 사람 몫까지 일할 수밖에 없다”며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백신을 맞으면 하루 정도 휴가를 줘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1차 접종이 마무리 수순이기는 하나 2차 접종, 일반 국민들로 접종이 확대되는 것을 고려해 이제라도 접종 후 유급휴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의료진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휴가를 보장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의료진들은 의료 상식에 비추어 해열제를 맞으며 견뎠지만 일반 국민들이 고열 등 이상증상으로 응급실에 몰릴 상황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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