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432개 표준주택 공시가격 검증…47개 오류 발견
폐가, 리모델링 주택, 상가 등도 표준주택으로 지정
“현장에 가보지 않은 탁상 조사”, “과도한 세금 부과”
“공동주택 공시가도 못믿겠다”…“공시가격 검증 다시해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정부의 주택 공시가격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해 눈길을 끈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직접 조사한 결과 폐가·공가, 리모델링 상가, 심지어 무허가 건물이 표준주택으로 포함돼 공시가격이 산정돼 다른 주변 주택의 개별 주택 공시가격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지사는 16일 “국토교통부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폭이 19.08%으로 높다고 발표했는데, 발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산정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이런 공시가격이 정확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특별자치도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통해 지난 1월 25일 공시된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조사한 결과 오류투성이였다”며 “공동주택 공시가격이라고 해서 다를 리 없을 것”이라며 전면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원 지사에 따르면 제주도는 제주도 전체 4451개 표준주택 중 토지와 주택간 공시가격 역전현상(토지와 건물을 합한 ‘주택공시가격’이 ‘공시지가’ 보다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된 현상)이 나타난 이상 지역 439곳의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검증한 결과, 47개의 오류를 발견했다.
폐가 및 공가(빈집), 리모델링 및 상가, 무허가건물 등을 표준주택을 선정한 경우나, 면적 등의 오류가 발견된 경우 등이다. 표준주택은 주변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가격, 건물특성, 용도, 외관 등을 고려해 해당지역의 표준적인 건물을 선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폐가나 공가, 리모델링 상가 등은 대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표준주택으로 선정돼선 안되지만, 상당수 표준주택으로 선정돼 주변 다른 개별 주택의 공시가격의 기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폐가나 공가가 표준주택으로 선정된 사례는 18건이나 됐다. 이에 따라 주변 353개 개별 주택의 공시지가 산정의 기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들 지역의 개별 주택 공시가격은 낮을 수밖에 없다.
제주도 개별 주택 공시가격의 표준이 되는 표준주택 중에 '폐가와 공가'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표준주택으로 지정된 제주도 폐가 및 공가. [제주특별자치도 제공] |
리모델링이나 증·개축처럼 개·보수된 주택도 다수 확인됐다. 일반 주택을 리모델링해 카페, 사진관, 음식점, 민박 등으로 활용되는 건물을 표준주택으로 선정한 경우가 9건이나 드러났다. 이로 인해 주변 215개의 개별 주택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세금을 더 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무허가건물이 표준주택으로 선정된 경우도 있었다. 건축물대장에 존재하지 않는 무허가건물 11채가 표준주택으로 선정돼 주변 다른 주택의 기준이 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주변 280개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왜곡됐다.
실제보다 면적을 30% 이상 큰 것으로 잘못 기재된 면적 오류가 있는 경우도 4곳이나 확인됐고, 나홀로 60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이 표준 주택으로 선정된 경우도 있었다.
제주도측은 “이런 면적 오류는 단지 역전현상을 보인 439개의 표준주택만을 조사하였음에도 다수 발견됐다”며 “제주도 전체 4451개 표준주택으로 확대하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 지사는 “이번 자체 조사 결과 한국부동산원의 현장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부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표준주택 선정 오류나 정확성이 결여된 산정 문제로 인해 많은 도민들이 피해를 본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읍면지역과 동지역을 선정해 주택 공시가격 전수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산정근거조차 불분명한 공시가격으로 증세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오류투성이 공시가격은 동결해야 마땅하며 전국 모든 지자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 공동주택공시가격과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모두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