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EU, 中신장 인권탄압 제재 추진…천안문 사태 이후 첫 대중압박
뉴스종합| 2021-03-18 13:28
조셉 보렐 EU 외교정책 책임자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각국 장관급 대표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유럽연합(EU)이 중국 신장 위구르족 인권탄압을 이유로 중국에 제재를 추진 중인 가운데, 실제 제재가 이뤄지면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유럽이 중국에 가하는 첫 제재가 될 전망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천안문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를 요구하며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학생, 노동자, 시민 등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계엄군이 탱크와 장갑차를 이용해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수천여명에 달하는 시민과 학생, 군인 등이 진압과정에서 죽거나 부상당했고, 이를 당시 중소 정상회담 취재차 중국을 방문한 외신 기자들이 전세계로 보도하며 국제적 이슈가 됐다. 미국과 유럽 등은 중국 당국의 비인도적 처사에 항의하며 강력한 비난 성명을 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도 이날 EU 회원국 대사들이 북한, 중국, 러시아 등 6개국 관리 10여명을 상대로 인권 제재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합의된 제재 대상으로는 신장 위구르족 탄압에 관여한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 등이 지목됐다.

제재는 오는 22일 EU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공식 승인을 거쳐야 하며, 구체적인 명단은 그 이후 공개된다.

SCMP는 "이번 EU의 대중제재 결정은 EU가 대중관계에 있어 하나의 선을 넘은 셈"이라면서 "EU가 지난해 인권 제재방안을 도입한 뒤 중국에 부과하는 첫 인권 제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EU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에 독극물로 살해하려 한 러시아 당국에도 인권 제재방안을 취한 바 있다.

독일 마셜펀드 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자인 앤드류 스몰은 "유럽 국가들이 중국을 상대로 인권 제재를 가한다는 개념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대응을 계기로 EU는 대만, 홍콩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하게 됐다. EU가 중국에 이런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신호"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신장 일대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백만여명을 재교육캠프에 억류해 인권 침해를 가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EU가 관련 중국 관리 등에 대해 자산 동격, 비자발급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EU의 이런 조치는 미국의 대중 강경정책에 비하면 낮은 수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U 측은 미국이 취해온 대중정책에 대해 보조를 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받아왔다. EU는 또한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에 취하고 있는 정치, 경제, 군사 등 다방면에 걸친 제재를 우려하는 입장에 서왔다.

SCMP는 이와 관련, "지금까지 수많은 유럽 외교관들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중정책이 매우 공격적이라며 우려했기에 유럽이 미국의 대중 강경일변도 정책에 합류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대중압박 등 여러 사안에서 유럽과 정책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시 보조를 맞추려 하고 있다"며 EU의 향후 행보 변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은 전날 홍콩과 중국 본토 관리 24명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했다. 중국이 홍콩의 선거제를 일방적으로 개편하자 이에 대한 반발 차원이다.

중국은 신장 문제에 대한 EU의 인권 제재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주EU 중국대사 장밍은 지난 16일 EU가 중국 제재 방침을 결정하면 중국이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거짓말에 근거한 제재는 중국 안보와 번영을 위태롭게 한다"면서 "우리는 대화를 원하지 대결을 원하는 게 아니다. EU에 재고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대결을 원한다면 우리는 우리 땅의 국민들에게 책임을 다할 뿐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EU가 대중 제재를 취하면 중국도 맞대응하겠지만 온건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이웨이 런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SCMP에 "중국은 여전히 유럽과 미국을 다르게 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은 유럽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EU의 관계는 중미 관계보다 훨씬 협력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중국-유럽 관계는 전면적으로 대치 중인 미중관계와 다르다"며 "중국은 단호하지만 제한적인, 부분적인 맞대응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대사는 현재 EU 회원국 대사들의 신장 방문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며 거의 모든 게 준비됐다면서 "신장은 열려있다. 유럽 대사들과 외국 외교관들과 언론, 관광객 등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EU 측이 중국법상 유죄 선고를 받은 특정인과의 만남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정부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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