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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장관이 韓기자들에게 드러낸 바이든 정부의 ‘원칙 외교’ [한반도 갬빗]
뉴스종합| 2021-03-21 08:01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 외교·국방장관의 방한 목적은 ‘인권·민주가치’를 근간으로 한 동맹주의 강화에 있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시종일관 언론에 공개된 자리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쳤다. 특히 중국과 북한을 인권 침해와 국제질서 혼란을 자행하는 ‘동북아 역내 위협요인’으로 지목했다.

20~30대 한국 기자들 화상회의에서 美가 내보인 ‘원칙 외교’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국내 기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갖는 모습

미 외교·국방장관 중에서도 외교를 맡고 있는 블링컨 장관의 방한 목적은 한국 기자들과의 화상회의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블링컨 장관은 17~18일 방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언론계의 새로운 목소리들을 위한 원탁회의(Roundtable for emerging voices in Journalism)’라는 이름으로 한국 기자들과 비대면 화상회의를 열었다. 국내 신문·방송·통신사 기자 12명이 참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의가 이어지는 내내 민주주의와 언론의 역할에 대해 논의를 집중하고자 했다. 기자들은 외교현안을 질문했지만 그는 어떻게든 관련 질문들을 언론인의 역할과 연결지었고, 기자들의 생각을 반문했다.

당장 40분 뒤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이 있었던 그는 12명 중 4명만 질문을 받았다. 시간이 없었다. 행사는 그렇게 끝났다. 주어진 시간과 행사 방식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블링컨 장관이 기자들과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짬을 내 시간을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국내 기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갖는 모습 [국무부 트위터]

답은 화상회의를 앞두고 한 취재원이 해준 ‘팁(tip)’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기자회견 버전2가 되지 않도록 ‘외교현안’이 아닌 기자로서 느끼는 고충이나 어려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달라”고 했다. 기자로서 본 한국 외교와 여론의 관계, 그리고 언론의 기능에 대해 생각을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시 블링컨 장관이 한미 2+2 공동기자회견에서 강조한 ‘인권’과 ‘민주주의’로 귀결된다. 미국과 한국은 단순 행정부뿐만 아니라 언론과 시민들 모두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민 ‘미국 우선주의’를 발빠르게 버리고 '국제주의'를 회복하면서 중국의 부상할 수 있는 수단을 가치외교에서 찾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증명하듯, 블링컨 장관은 기자들뿐만 아니라 2030세대 사업가들과의 화상회의도 진행했다.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기자들과 청년 여성기업인, 청년 직장인 등과의 화상회의를 열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 외교’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펼친 ‘소프트파워(연성권력) 외교’와 일맥상통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공공외교와 가치 중심의 외교를 통해 주변국가들의 지지와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차이점이 있다면, 오바마 행정부가 동맹국들에게 가치연대를 권유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압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만연해진 미국 시민들의 자국중심주의와 중국의 부상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을 테다. 그럼 한국은 어떻게 응해야 할까?

미국의 요구에 한국이 모두 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동맹강화 없이 한국의 운신 폭을 넓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이를 풀려면 다름 아닌 바이든 행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비핵화 대화를 이끌 핵심 당사자를 미국과 북한으로만 세팅한 탓이다.

북미 대화가 풀리지 않는 이상 문재인 정부가 외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전을 보려면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든 바이든 행정부든 양쪽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외교의 무대에서 국가는 이해관계가 겹치지 않는 이상 조건이나 이유 없이 다른 국가의 부탁을 들어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내놓아야 바이든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대북정책을 구성할까? 답은 지난 한미 2+2 회의에서 이미 나왔다. 다음 편에서 이 ‘답’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보겠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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