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검찰개혁 폐부 찌른 조남관 총장대행의 작심 발언
뉴스종합| 2021-03-25 11:24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4일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제가 주재하는 회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며 쏟아낸 작심 발언은 검찰 스스로의 자성과 다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울림이 크다. 차기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줄 대기를 일삼는 정치검찰, 남의 허물에는 가을서리 같이 엄격(秋霜)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에는 봄바람(春風) 같이 부드러운 ‘제 식구 감싸기’, 일그러진 성과만능주의의 산물인 먼지털기식 별건 수사, 피의자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모는 인권침해성 수사관행 등 검찰개혁의 폐부를 찌르고 있다.

조 대행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 적폐청산TF팀장, 서울동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의 요직을 거쳤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 징계 당시 추 전 장관에게 반기를 들었고, 최근 박범계 장관의 ‘한명숙 사건 위증 교사 의혹 재심의’ 발동을 무산시키면서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보와 보수 진영논리를 탈피해 검찰개혁의 핵심에 닿는 쓴소리여서 우리 사회가 새겨들을 만하다.

조 대행은 “검찰이 언제부턴가 ○○라인, ○○측근 등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있다는 말을 듣고 상대방을 의심까지 하고 있다”면서 “사법의 영역에서조차 편을 나누기 시작하면 정의와 공정을 세울 수 없다”고 했다. ‘추미애 라인’ ‘윤석열 측근’과 같은 정치색이 사법 영역에 회자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은 중립성을 잃고 뒤뚱거리기 시작했다. 사법의 잣대는 “구호나 이념이 아닌 법리와 증거”라는 조 대행의 지적을 아프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조 대행은 이날 검찰이 직접 수사 중에 발견된 별건 범죄수사를 극히 제한하고, 허용 시에도 다른 수사부서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한 번 불려가면 탈탈 털려 망신을 당하고 옴짝달싹 못 하게 엮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피의 사실의 무분별한 유포로 재판대에 서기도 전에 이미 중죄인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적을 올리려고 구속영장을 남발하거나 피의자 자백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수사를 하는 관행도 반복됐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국민의 따가운 질책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라임펀드 주모자인 김봉현이 실토한 ‘검사 룸살롱 접대’ 연루 검사 2명도 결국 편법적으로 불기소했다. 엘리트주의의 오만함이 끝 간데 없다.

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걸었던 검찰개혁이 추동력을 상실한 채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개혁의 자화상을 돌아보게 하는 조 대행의 일갈은 문재인 정부의 반성문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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