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칙금 5만원 3년간 안 내 벌금 10만원 즉결심판
불복으로 신청한 정식재판 출석하지 않자 구속
재판 취하로 구속 사유 사라졌지만 7일간 구금
지난 2월 10일 서울역 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부산행 KTX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KTX 무임승차로 부과된 벌금 10만원에 불복해 정식재판까지 갔다가 구속된 승객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끝에 불법 구금을 인정받았다.
27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창원지법 민사2부(부장 이봉수)는 최근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는 A씨에게 38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범칙금 5만원으로 시작된 A씨에 대한 처분은 교도소 수감까지 이어졌다. A씨는 2015년 4월 KTX 열차에 무임승차했다가 적발됐다. A씨는 부과된 범칙금 5만원을 내지 않고 3년을 보냈고, 2018년 4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10만원의 즉결심판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첫 재판이 열리고 담당 판사는 A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가 재판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였고, 다른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첫 공판기일에 나오지 않은 A씨는 2019년 1월 출소하자마자 다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같은 달 15일 열린 2차 공판기일에 출석한 A씨는 정식재판청구 취하서를 냈다. 이로 인해 A씨는 구속 사유가 소멸했지만, 즉시 석방되지 못하고 7일간 교도소에 구금됐다. 담당 검사가 이러한 경우에 A씨를 즉시 석방해야 된다는 걸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불법 구금을 인정하고 A씨가 청구한 손해배상금 380만원을 전부 인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에 구금 과정에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소액 벌금에 대한 정식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는 이례적으로, 정식재판 취하로 A씨를 석방해야 하는 점을 잘 몰랐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을 맡은 법률구조공단의 정기성 변호사는 “한 번의 무임승차가 우리 사회의 사법체계를 거치면서 7일간의 불법 구금으로 귀결됐다”며 “잘못된 법무행정으로 억울한 옥살이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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