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최악의 날 된 ‘미얀마군의 날, 하루 사망자 100명 육박…5세 유아도 희생
뉴스종합| 2021-03-28 09:33
‘미얀마군의 날’인 27일 미얀마 전역에서 군경의 무차별 총격 속에 또다시 무고한 시민들의 피가 뿌려졌다.사진은 만달레이에서 사람들이 총에 맞은 시민을 옮기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미얀마군의 날’인 27일 미얀마 곳곳에서는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군경이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또다시 무고한 시민들의 피가 뿌려졌다.

미얀마 현지 언론인 미얀마 나우는 28일 “미얀마군의 날에 군부는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며 “자체 집계로 40개 도시에서 9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망자는 양곤, 만달레이, 사가잉, 바고, 마그웨, 카친 등 미얀마 전역에서 발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지인들이 올리는 사망자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으며 “100명이 넘는다”는 게시물도 퍼지고 있다.

시위대는 ‘미얀마군의 날’인 27일을 애초 이름인 ‘저항의 날’로 바꿔 부르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미얀마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대항해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한 ‘저항의 날’은 1962년 군부 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군의 날’로 이름이 바뀌어 불리고 있다.

국영 MRTV는 보도에서 시위대를 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TV 연설에서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또 비상사태 이후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구체적 일자는 여전히 제시하지 않았다.

군부의 이같은 경고는 실제로 이날 무자비한 유혈 탄압이 벌어졌다. 현지 SNS에는 행인과 차, 오토바이 등을 향해 군경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는 장면이 속속 올라왔다.

남부 다웨이 지역에서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향해 군경이 갑자기 차를 세우고 총격을 가하는 장면도 많은 네티즌의 공분을 자아냈다.

[로이터]

이와 함께 군경이 거리에서 시신을 유기하는 모습들도 SNS에 올라왔다. 특히 어린이 희생자들이 잇따랐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7살, 10살, 13살 아이들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미얀마 나우는 만달레이에서 13살 소녀가 집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만달레이 사망자 가운데 5살 어린이도 있다고 보도했다.

SNS에는 총에 맞아 피 흘린 아이들의 사진, 동영상이 잇따랐다. 한 동영상을 보면 남성이 차 안에서 축 늘어진 아이를 안고 “내 아들이 죽었어요”라며 울부짖었다. 한 살배기가 고무탄에 눈을 맞아 붕대를 감은 사진도 급속도로 퍼졌다.

시위대 피해가 커지면서 재미얀마 한인회는 이날 오후 긴급공지문을 통해 최대한 외출을 삼가고 외출하더라도 시위지역에 접근하지 말라며 안전을 당부했다.

군경의 유혈 진압에 대해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유엔 특사는 온라인 포럼에서 “이날은 군부 수치의 날”이라고 비판했다.

사사 특사는 “군부 장성들은 3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을 죽여놓고는 미얀마군의 날을 축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인권사무소도 트위터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아주 많은 사망자와 40곳에서 발생한 100여 명의 부상자, 대규모 체포 등에 대한 보고들을 접수하고 있다”며 “미얀마 군의 날에 군이 미얀마 국민들에 가한 충격적인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폭력은 쿠데타의 불법성과 그 지도부의 책임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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