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현장에서] 이번엔 땅 투기 잡도리…무엇이 본질인가?
뉴스종합| 2021-04-01 09:15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금융당국이 또 다시 부동산 불법대출을 단속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 은행연합회, 신용정보원 등 5개 기관에서 100여명을 동원해 만든 ‘부동산 투기 특별 금융대응반’이다. 앞으로 약 1년여 동안 3기 신도시 등의 비(非) 주택담보대출 실태를 들여다 본다고 한다.

불법을 잡겠다는 데 반대할 어떠한 이유도 없지만 당국의 이같은 행보가 달갑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간 현 정부에서 진행해 온 유사한 방식의 ‘불법·편법 대출 색출’ 성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초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의 활동 종료를 앞두고 성과를 공개했다. 국토교통부, 국세청, 검찰, 경찰, 금융위, 금감원 등이 모여 만든 이 조직은 2019년 ‘서울지역 관계기관 합동조사’까지 포함해 무려 1년 반 동안 활동했다. 서울 등지 수십 만 건의 주택거래를 들여다본 결과, 최종적으로 불법이 확인된 대출은 고작 25건이었다. ‘정부 합동’이니 ‘불법 행위 상시 감시’ 등의 표현을 앞세워 태산을 뒤흔들 듯 나선 것 치고는 고작 쥐 몇 마리 잡은 수준이다.

고가 아파트나 규제지역의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 혹은 다주택자에게 나간 전세자금대출을 회수한 사례 역시 지난 1년여간 91건(138억원)에 불과하다. 이 규제는 집을 가진 사람이 전세대출까지 받아 투기하는 것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2019년 12·16대책과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도입한 것이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책임을 뒤집어 씌우기에 91건은 머쓱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토지는 주택에 비해 거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적발건수 자체는 적을 수 있지만, 워낙 방만하게 대출이 운영된다는 의심이 큰 만큼 국민 정서를 자극할만한 부조리가 발견될 수도 있다. 설혹 걸려드는 불법 대출이 많지 않더라도 제도 상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는 계기가 된다면 성과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부의 ‘단속’으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달래기 어려워 보인다. 분노의 핵심은 소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많이 올라 주거가 불안해지고,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자산 양극화가 극심해졌다는 데 있다.

“부동산 만큼은 자신 있다. 집값을 취임 전 수준으로 되돌려놓겠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공언이다. 그런데 이제 정부는 집값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말 대신 ‘걷어치웠던 사다리를 놓아주겠다’며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대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도 모를 투기 세력을 색출하는 데 골몰해왔다. 고작 25건, 91건 등 미미하기 그지없는 일부의 일탈이 마치 집값을 올린 거대한 세력인 것 마냥 국민의 눈을 가린 사이, 집값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투기 세력을 잡아내겠다는 전수조사식 잡도리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오히려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가릴까 염려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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