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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광장] 배터리 전쟁, 특허와 영업 기밀은 보호돼야 한다
뉴스종합| 2021-04-09 09:49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한국으로 인해 이래저래 고민이 깊을 것 같다. 중국과의 패권경쟁으로 서방의 동맹국과 경제 파트너 국가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모색하고 있지만, 왠지 한국의 적극적인 동조와 호응이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중 등거리 노선’을 취하려는 한국정부를 끌어들이려니 잘 따르지 않고,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도 뒷맛이 개운할 수 없으니 그렇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산업정책 운영에 있어서도 파트너인 한국 기업들로 인해 골치아파하는 분위기다. 그 정점에 SK와 LG의 배터리 영업비밀과 특허 침해 소송문제가 걸려있다.

지난 2월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가 SK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기밀 침해 소송에 대해 SK의 영업기밀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ITC는 SK가 향후 10년간 배터리 소재와 부품을 국내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제재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오는 4월 11일부터 발효된다.

SK는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의 제재명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청원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 주에 배터리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1조 5000억 원 이상을 추가 투자해 제2공장을 신설하고 있는 SK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에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얼마 전 미국의 한 뉴스 매체인 폴리트코는 ITC의 제재명령을 뒤엎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관해 유의미한 분석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투자는 미국 내 배터리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당함과 동시에 미국에 연간 2,600개의 일자리를 가져다주는 좋은 일이지만, 대통령이 영업기밀 침해 행위에 따른 ITC의 SK이노베이션 명령을 거부하기에는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폴리티코는 인도 등 저개발 국가들이 WTO에 ‘코로나백신의 지적재산권 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달라는 청원’을 예로 들었다. 이 청원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이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ITC의 SK에 대한 제재명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전 세계인들의 안전을 위한 백신기술을 개방하자는 청원을 수용하지 않을 명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대 원칙을 스스로 흔드는 순간부터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기술패권 전쟁에서의 우세유지를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ITC의 SK 제재명령을 뒤엎는 결정을 내릴 지 여부는 오롯이 바이든 대통령의 몫이다. 힘이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못할 바도 아니다. 실제 최근 SK가 보여준 적극적인 로비를 감안할 때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판단이 어떠한 것과 상관없이 우리사회에서 ‘지적재산권 보호의 대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특허와 영업기밀 보호원칙은 기업이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이유이자 근거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과 SK와 같은 대기업의 행동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음으로 양으로 선례와 교훈으로 투사된다. 지적재산권 쯤이야 간단하게 무시해도 된다는 식의 사회분위기가 조성할 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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