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호갱이요?…쇼핑유목민의 탄생, 유통판 바꾼다 [언박싱]
뉴스종합| 2021-04-13 11:18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8) 씨는 최근 ‘문어발 쇼핑’ 매력에 빠졌다. 1년 가까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김씨는 대부분의 물건을 온라인에서 주문하기 시작했는데, 필요한 물건에 따라 사는 곳도 바뀐다. 그는 “세제 등 생필품을 살 때는 어머니와 함께 아이디를 사용하는 ‘G마켓 스마일배송’, 당일 급하게 필요한 물은 ‘쿠팡 로켓프레시’, 특정 브랜드 상품을 구입할 땐 ‘마켓컬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쇼핑몰마다 특징이 달라 상황에 맞게 여러 곳을 활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따지고 비교하며’ 이곳저곳을 떠도는 쇼핑유목민이 늘고 있다. 이들은 한 쇼핑몰에 정착해 충성을 보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구매처를 바꾼다. 온라인쇼핑시장이 커지면서 신생 쇼핑몰이 생기고, 소비자 혜택도 다양해지면서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마케팅·가격경쟁을 하며 유목민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어발’ 걸치거나 ‘메뚜기 널뛰기기…엄지족의 진화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쇼핑족은 업체의 장점을 파악해 물건을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러 업체를 문어발처럼 걸치거나 혜택이 더 좋은 곳이 생기면 메뚜기 뛰듯 옮기는 건 기본이다.

김포에 사는 직장인 이선미(30) 씨는 일주일에 2번 넘게 쇼핑을 하지만 특별하게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은 없다. 이씨는 “특정 쇼핑몰에서 자주 사는 것보다는 서울 유명 맛집의 밀키트가 있거나 파격 세일하는 곳을 찾아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사용하는 쇼핑앱도 네이버·쿠팡과 같은 대형 유통사 앱부터 소상공인이 모여 있는 아이디어스까지 다양하다.

특히 구매 빈도가 높은 신선식품 앱에서 문어발 현상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시장분석업체 오픈서베이가 직접 식료품을 사는 20~50대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한 달에 식품을 구매하는 횟수는 약 11.1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월평균 8.9회였다. 한 곳에서 여러 번 구매한 것이 아니라 여러 업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매 횟수가 매우 많다.

업체마다 인기 상품이 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켓컬리는 RMR(레스토랑 간편식)가 올해 많이 팔렸고, 오아시스마켓은 20위 안에 드는 인기상품 대부분이 친환경 식재료였다. 또한 첫 구매상품과 인기상품은 대부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지 편할수록 끌린다…‘OO페이’의 매력

상품이나 혜택뿐 아니라 결제 수단에 따라 움직이는 소비자도 있다. 여러 간편결제 시스템이나 제휴카드 중에서 자신과 가장 맞는 수단을 활용해 쇼핑을 하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진모(33) 씨는 ‘쿠페이머니’에 돈을 넣어놓고 생필품 대부분을 쿠팡에서 구매한다. 진씨는 “쿠팡에 웬만한 상품이 다 있어서 선결제를 하는 편”이라며 “생필품 예산을 정해놓고 사용하는 터라 충전해놓고 구매하면 예산관리도 쉽고 결제도 편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움직이는 전용 신용카드(PLCC), 간편결제 이용자 수는 증가 추세다. 이베이코리아가 2018년 카드사와 협업해 업계 출시한 전용 카드 ‘스마일카드’는 100만장 넘게 발급됐다. 2019년 11번가는 신한카드와 전용 신용카드를 출시했고, 현대카드는 올 하반기 네이버와 전용 신용카드 출시를 위해 논의 중이다. 업체마다 간편결제 시스템도 자리 잡고 있다. 홈플러스 등 다른 업체와 제휴한 네이버페이 가입자 수는 3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쿠페이’, 11번가는 ‘SK페이’, SSG닷컴은 ‘SSG페이’ 등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OO에만 있어요”…단독 상품으로 ‘충성고객’ 모시기
[123rf]

유통업체들은 쇼핑유목민을 충성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놓는다. 단독 상품·자체 브랜드(PB)가 대표적이다. 마켓컬리는 전국 유명 맛집의 음식을 가정간편식으로 출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부산 맛집 ‘사미헌’의 갈비탕은 올해만 30만개 팔린 스테디셀러가 됐고,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성수동 맛집 ‘금미옥’ 쌀떡볶이를 들여와 누적 판매량 17만개를 달성했다. 쿠팡은 자체 식품 브랜드 ‘곰곰’ 등이 있다.

업체마다 보유한 유료 멤버십을 활용하기도 한다. 유료 멤버십은 매달 결제하는 만큼 제공하는 혜택이 많아 ‘록인 효과(Lock-in effect·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른 서비스를 소비하기 어려워지는 것)’를 만드는 서비스로 꼽힌다. 쿠팡은 쿠팡플레이 이용이 가능한 로켓와우 회원 수를 500만명 보유 중이다. 네이버는 최근 온라인동영상 OTT(티빙·Tving) 연계로 혜택을 강화한 네이버플러스 이용자를 250만명 보유하고 있다. e-커머스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클럽이 이용자 300만명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최저가 경쟁까지 나섰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까지 가세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8일부터 가공·생활용품 약 500개의 가격이 다른 온라인몰보다 비쌀 경우 차액을 쇼핑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시작했다. 비교 대상은 쿠팡이나 롯데마트 온라인몰, 홈플러스 온라인몰이다. 마켓컬리는 과일·채소 등 60여가지 제품을 1년 내내 대형 마트보다 싸게 파는 ‘이디엘피(EDLP· Every Day Low Price)’ 정책 시행에 나서기도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라 할 만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최근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조짐까지 보이면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