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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위반 벌금 내세요” 배달라이더 노리는 ‘그놈의 목소리’
뉴스종합| 2021-04-14 19:09
이륜차 교통법규 단속 현장. 해당 사진은 기사와는 무관함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공익제보단으로부터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교통 법규 위반으로 벌금 3만원 내셔야 해요.”

이륜차를 이용해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는 A씨. 그는 얼마 전 본인을 ‘검찰청 관계자’라고 소개하는 누군가로부터 이같이 통보받았다. 문자로 벌금 통보만 받았을 때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통화에서 ‘공익제보단의 신고가 있었다’고까지 설명하니,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실수를 했겠거니 생각했다. 가상계좌로 돈을 보냈을 때 계좌명에 ‘검찰청’이라고 명시돼 있기도 했다.

A씨는 13일 이같은 사연을 배달업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을 적발하기 위해 활동하는 수천명의 공익제보단이 야속하다는 하소연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하지만 이 글을 접한 동업자들은 공익제보단이 아닌 다른 내용에 주목했다. 우편 고지가 아니라 문자 및 전화를 통해 벌금을 통보받았다는 점, 통보한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검찰청이었다는 점, 또 범칙금이나 과태료가 아니라 벌금이었다는 점 등이다. 회원들은 “보이스피싱인 것 같다”, “실제로 신호위반을 했다고 해도 왜 검찰청에 돈을 내느냐”, “‘검찰청’에 전화까지 했으니 휴대폰이 해킹당했을 위험이 있다” 등 우려를 내비쳤다.

실제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 운전자가 부과받는 것은 절대다수가 과태료나 범칙금이다. 과태료는 신호위반, 속도위반, 불법주차 등 가벼운 도로교통법 위반 사항이 무인카메라로 등으로 적발됐을 때, 운전자가 확정되지 않기 때문에 차량 명의자에게 부과되는 금전적 제재다. 경찰서나 시·군 등 지자체가 부과한다. 범칙금의 경우 차량 명의와 상관없이 위법 차량 운전자에게 직접 부과되는 제재다. 과태료보다는 강한 경범죄에 해당되는 항목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현장에서 경찰에 직접 적발됐을 때 주로 부과된다.

벌금은 과태료나 범칙금보다는 훨씬 무거운 처벌이다. 정식 재판을 거쳐 법원이 부과하는 일종의 형법상 처벌이다. 범칙금이나 과태료와 달리 전과 기록도 남는다. 음주 운전, 교통사고 등이 이에 해당한다. 범칙금을 미납했을 때에는 경찰서장에 의해 즉결심판 처리 후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즉, 이륜차 배달 기사가 제보단 신고에 의해 금전적 제재를 받게 됐다면, 이는 과태료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피싱이 의심된다면 범칙금과 과태료를 조회하고 납부할 수 있는 ‘이파인’ 홈페이지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교통안전공단이 선발한 수천명의 공익제보단이 이륜차를 대상으로 사소한 법규 위반까지 적발해내고 있다. 네이버 밴드 등에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위반이 잦을 수밖에 없는 장소를 소개하는 등 노하우까지 공유할 정도다. 그 결과 위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과태료·범칙금 통보를 받는 어리둥절한 상황을 파고들려는 ‘배달 기사 피싱’까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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