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장 90개 크기 부지에 161만 식물 서식
사계절+식생맞춤기술, 온나라 희귀종 집합
관광公 세종·충북, 강소형 잠재관광지 선정
다윈 진화론 연구한 단초 다윈蘭,정이품송도
창덕궁 후원, 소쉐원 닮은 정원, 꽃길까지
아마존 빅토리아수련, 바오밥, 맹글로브도
이유미 원장, 정은경청장 느낌 자상한 설명
‘꽃길만 걷자’ 꽃길에선 방문객들 셀카놀이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세종시 국민여가캠핑장이 있는 전월산과 중앙공원 사이에는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이 지난해 10월 문을 열고, 겨울을 지나 올해 봄꽃과 함께 진면목을 뽐내고 있다.
축구장 90개 크기(65ha) 부지 위에 세계의 사철 희귀식물, 한국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 모았다. 식물학 보다는 인문학을 배우고, 청년들, 가족들이 수목화초와 어울려 노는 곳이다.
“식물학 보다 인문학.” 국립세종수목원은 초록동색인 청년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
▶쥬라기 소나무, 동남아 맹글로브도= 20개의 다양한 주제 전시원에서 2453종 161만 본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다양성 등 면에서 열대식물 위주인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더베이 보다 뛰어나다. 우리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도 한다.
“소나무가 2억년전 이런 모양이라고?” 쥬라기 공룡시대 살던 자웅동주 울레미소나무도 있는 곳으로, 국내 처음으로 이곳에서 개화시키는데 성공했다. 호주산 원종의 후계목으로, 꽃까지 피운 나라는 드물다.
쥬라기때 공룡과 살던 올레미소나무 |
찰스 다윈이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해 진화론 연구의 실마리를 얻은 다윈난(蘭), 동남아 등지에서 재해를 막고 해양생물의 산란장소를 제공하는 맹그로브, ‘어린왕자’의 소행성과 아프리카에서 볼수 있는 바오밥 나무, 자라면서 사람키 2~3배 거대 물병처럼 자라는 페루산 케이바물병나무도 키운다.
기후대가 모두 다른데도, 사계절 뚜렷한 대한민국 한복판인데다, 연구진들이 식생조절 과학을 잘 발휘해, 다른 기후권의 희귀 수목들도 한국 시민권자로서 잘 살아가는 것이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 |
▶아마존 빅토리아 수련, 정이품송 아들도= 곤충을 잡아먹는 카니보러스과 벌레잡이 식물, 검은박쥐꽃, 아기를 연잎 위에 태울 수 있다는 아마존 빅토리아수련도 세종수목원에서 자란다.
장남평야 터에 세워진 세종수목원은 방문자센터에서 시계방향으로 수목원 거대온실, 청류지원(실개울, 함양지), 숲정원, 소쇄원 등을 벤치마킹한 한국전통정원 별서정원, 치유정원, 분재원, 야생화원, 희귀, 식물분류원, 민속식물원, 특산식물원, 습지원, 단풍정원, 어린이정원, 생활정원, 후계목정원(뉴튼의 만유인력 영감을 준 사과나무의 4대손자목과 정이품송 2대자목이 있다), 담향카페 & 고메플레이스와 꽃길이 이어진다.
튤립과 사이프러스의 조화 |
▶정은경 청장 닮은 이유미 원장 “고라니야, 미안”= 장남평야는 예로부터 ‘고라니의 세렝게티’라고 불릴 정도로 야생동물이 많았는데, 수목원이 생기고 처음 맞은 봄, 고라니들이 봄꽃들이 뜯어먹자 이들이 다치지 않게 그물끈으로 간이펜스를 쳤다고 이유미 수목원장은 전했다.
광릉수목원장 등을 지내며 식물학계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 원장은 풀하나 꽃하나 인간과 교감할 동반자로 여기며 조근조근 설명해주는데, 이 시국, 대표적 테크노크라트로 꼽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좀 닮았다.
이유미 세종수목원장이 나무와 꽃 하나하나에 인문학을 곁들여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
▶창덕궁 후원, 소쇄원 옮겨왔나?= 전통정원은 솔찬루, 가온문, 도담정을 모티브로했다. 대문을 들어서면 창덕궁 후원의 주합루와 부용정을 닮은 전각과 부용지 같은 연못이 나타난다. 이웃 전각으로 들어서면 소쇄원의 계류, 화오, 담장, 광풍각, 별서정원을 재현해놓았다. 소나무, 앵도나무, 옥잠화, 맥문동 등이 자란다.
청류지원은 수생식물을 관찰할수 있는 생태교육의 장이다. 물푸레나무, 수양버들, 왕버들, 꽃창포, 붓꽃, 지리대사초 등이 자라고 있었다.
뉴튼의 만유인력 소나무 |
속리산 정이품송의 자목 |
수목원에서는 정원치유과정, 온노리배움과정, 학교속 정원교육이 운영된다. 또 금·토·일요일에는, 동화 주제 꽃전(展)‘이상한 꽃나라의 앨리스’(~6.13), 뿌리식물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전하는 ‘구근구근 두근두근’(~6.13),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가 생화와 함께 하모니를 이루는 ‘넌센스&판타지’(~10.31)가 진행된다.
▶‘쉼쉬러 나가다’ 특별전, 가슴 뭉클= 오는 6월6일까지 일정으로 진행중인 허윤희 작가의 ‘숨쉬러 나가다’ 전시는 매일 보는 나뭇잎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날의 감흥을 그림 아래 연필로 적은 메모작품 700여장을 보여주는데, 수목들이 반려동물 못지않게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마음을 방역시킨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식물을 다정하게 지켜보는 것 만으로 소중한 인문학 소양을 얻는다.
세종수목원 내 창덕궁 후원을 닮은 정원에서 청년들이 타이머셀카놀이 등을 하고 있다. |
특별전시 수목으로는 4월하순부터 5월말까지는 델피늄, 초롱꽃, 호접란, 보스톤 고사리가, 여름엔 제라늄, 베고니아, 페추니아, 칸나, 파피루스, 베고니아, 무늬접란이 무대에 오른다. 가을과 겨울에도 특색있는 수목들이 센터에 선다.
▶코스 막바지 “꽃길만 걷자”= 지중해식물 전시원의 32m 높이 전망대는 필수코스이다. 거리두기 차원에서 동시 입장객수를 5000명으로 제한했고, 붓꽃의 3수성(꽃잎)을 형상화해 디자인한 사계절전시온실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하면 인원제한에 따라 가능한 방문 일시를 조율한다.
페루산 케이바물병나무 |
수목원을 시계방향을 돌면서 탐방 막바지에 이르면 꽃길이 이어진다. 튤립 원종은 꽃이 작지만 오래 피며, 굵고 화려한 것은 교배종이라는 이 원장의 설명을 비롯해 처음 접하는 얘기가 한둘이 아니다.
한라산비장이, 새우란, 장미과의 다정큼나무, 아왜나무, 넝쿨을 가진 등수국 등 특별한 서식지에서만 자라는 것이 이곳에서 건강하게 크는 것은 전문가 스태프들의 세심함과 지혜 덕분이다. “꽃길만 걷자”고 약속이라도 한 듯, 연인,친구,가족 방문객들은 이 꽃길에 오래 머물며 사진 놀이에 여념이 없다.
국립세종수목원 |
▶헨리데이비드 소로 ‘월든’ 실감= 세종수목원은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꿈꾼 시인 헨리데이비드 소로가 170년전 쓴 인문학 저서 ‘월든’을 현장에서 실감하는 곳이다.
이 수목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생태계 다양성 감소에 따라 기후 및 식생대별 수목유전 자원의 보전 및 자원화를 위해 조성됐다. 우리나라 3번째 국립수목원이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는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국립세종수목원을 선정하고, 세종시와 협력하여 집중적인 홍보·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소형 잠재관광지’란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유망 관광지를 찾아,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육성해나가는 사업이다. 현재는 방문객이 많지 않지만 체계적인 컨설팅과 집중적인 홍보·마케팅 전개를 통해 인기 관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유·무료 관광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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