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초청
美주최 ‘화상 기후정상회의’ 참석
‘탄소조정세=자국산업 보호’ 분석
EU·바이든 행정부 주요 무역의제로
韓 ‘적대적 환경과세 강화’ 타격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집무실에서 취임 후 첫 업무로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 연방 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인종 평등 보장 등에 관한 행정명령 3건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하는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가운데 탄소조정세 등 새로운 녹색 규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는 우리 수출기상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탄소조정세가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탄소조정세가 단순히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는 환경적 정책보다는 선진국들의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해외 기업에 대해 장벽을 쌓으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탄소조정세 도입은 미국보다는 유럽연합(EU)에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오는 6월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위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따라서 산업부는 EU 집행위의 관련 법안 상정이후 구체적인 대응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EU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 사례를 막고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의 유턴(리쇼어링)을 독려하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누출이란 환경 규제 수준이 높은 국가의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규제 수준이 낮은 국가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현상을 말한다.
EU 집행위는 유럽의 환경 규제 수준이 높아 역내 기업의 비용 부담이 큰 반면 역외 기업은 규제가 덜한 지역에서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해 유럽에 수출함으로써 불공정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역외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탄소세 명목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게 EU가 추진하는 탄소국경조정세의 핵심이다.
또 미 무역대표부(USTR)도 지난달 1일(현지시간) 9개 사항의 올해 무역 어젠다 보고서에서 탄소국경조정세를 포함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USTR은 “탄소국경조정세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규제적 접근의 일부로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 밖 기업들의 상품 수입가격을 높이고 온실가스 감축 시설 투자비용을 높여 미국내 산업 경쟁력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POSCO등 철강 산업과 석유화학 산업 분야에서는 위기요인이다.
청정에너지 및 기후변화대응 인프라에 대한 투자, 전기차 판매보조금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기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날 경우 한국 기업의 주력분야에서 경쟁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실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정부 기관의 자동차나 트럭 등을 미국에서 만들어진 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4위까지 오른 현대차·기아차는 미국 현지 공장에는 전기차 생산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이 동시에 무역 상대국에 적대적인 환경 과세를 강화할 경우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주력 수출품으로 둔 우리나라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EU와 바이든 미 행정부가 주요 무역의제로 탄소조정세 등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으로 관련 사항을 예의주시하고 대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EU, 미국 모두 구체적인 액션이 나오지 않는 상태로 6월 EU집행위 법안 의결 상황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