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사
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성 분석 믿을만한가 [부동산360]
부동산| 2021-04-27 11:56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 시작은 창대하다. 주민들은 넓어진 새 아파트를 갖게 되고 집값도 크게 뛸 것으로 기대한다. 조합원만 모으면 금방 끝날 것 같다. 7년이면 사업이 마무리된다거나, 심지어 5년 안에 새 아파트에 입주하도록 하겠다고 장담하는 경우도 흔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은마아파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은 모두 2000년대 초반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직도 그대로다. 특히 2002년 추진위를 설립한 은마아파트는 조합 설립도 못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전 추진위를 설립한 서울 시내 91개 정비사업 지역 중 60%(54곳)는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 643구역 중 사업이 완료된 곳은 고작 80곳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재건축은 정비구역지정 후 준공까지 10.2년, 재개발은 10.6년이 각각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서 바라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연합]

사업 기간이 길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달라진 시장 상황과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사업성 변화, 주민동의 미달 등이다. 정비 사업을 대부분 찬성할 것 같지만, 굳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집주인도 꽤 된다. 분담금(공사비 등 조합원이 내야 할 돈)이 부족하고 이주 등 번거롭게 살고 싶지 않은 집주인도 많다. 조합원 동의서를 절반 정도까지 모으는 건 얼마 걸리지 않지만, 법적 기준인 75%를 채우는 건 쉽지 않다. 고령 집주인이 많은 지역은 주민동의서 10%포인트 더 받는데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성이다. 조합원 수익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업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층고제한, 용적률 기준 등 정비사업 환경에 따라 일반 분양이 얼마나 생기냐다. 일반 분양이 많아 져야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분담금이 줄고 정비사업 이후 조합원이 누릴 수 있는 시세차익이 늘어난다.

간단히 말해 정비사업을 한 이후 높아진 집값이 현재 집값과 조합원 분담금을 더한 금액보다 커야 사업성이 있다. 현재 5억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집주인이 3억원의 비용(분담금)을 들여 재건축을 했는데, 준공후 10억원이 됐다면 2억원 시사차익이 생기므로 사업을 추진할 만하다. 그런데 이런 사업성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 건설사 관계자들 중엔 이건 예측은 무수한 가정을 통해 추측하는 공상소설에 가깝다고 털어 놓기도 한다. 생각해 보라. 10년 후(평균 정비사업 기간) 준공할 때 집값이 어떻게 될지, 일반 분양가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금융비용은 얼마나 늘지, 정부 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일반분양분이 얼마나 될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세금 부담은 어떻게 될지 예측해야 한다. 무수한 변수가 넘치는데 지금 시점에서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대략적인 전망은 가능할 수 있겠으나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는 계속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64.4%’. 정부가 얼마 전 ‘공공주택공급방안 2차 선도사업 후보지’로 서울 강북 등 역세권, 저층주거지 등 정비사업 대상 13곳 1만3000가구를 추가로 선정하면서 공개한 토지주들의 평균 수익률이다. 민간 수익률 36.2%보다 28.2%포인트 증가해 공공을 사업을 추진하는 게 효과가 훨씬 크다고 했다. 3월 말 발표했던 1차 선도사업지역 후보지 21곳에 대한 토지주 평균 수익률은 90.5%라고 했다. 민간재개발을 통한 수익률 60.9%보다 29.6% 높아졌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저렇게 정확한 수익률 계산이 나오는 지 궁금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쨌든 토지주 수익률이 확정되는 시점은 일반 분양이 끝나고 입주하는 시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2·4주택공급 방안을 통해 제시한 도심 공공주택공급 방안은 5년 내 토지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모든 절차가 기대만큼 착착 진행돼도 그 이상 걸린다는 이야기다. 소수점 자리까지 내놓는 토지주 수익률 전망치가 과연 믿을 만한가.

정비사업 진행 과정은 꽤 복잡하다. 재건축의 경우 첫번째 관문인 ‘안전진단’에 통과해야 하고, ‘정비구역 지정’,‘‘추진위 설립’, ‘재건축조합 설립’, ‘시공사선정’,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철거’, ‘착공 및 분양’, ‘준공’, ‘조합 청산’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업성, 조합원 수익률 예측은 시기별 시장상황과 제도 변동 등에 따라 달라진다. 심지어 가장 마지막 단계로 여겨지는 관리처분계획인가(일반분양신청이 끝나면 분양관련 사항, 정비사업비 추산액, 세입자 손실보상 등까지 사업을 최종 마무리하는 계획)까지 났어도, 공사과정에서 물가인상 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으로 나중에 조합원 분담금이 더 늘기도 한다.

“(정부 공공주택공급계획이) 너무 디테일해서 오히려 믿을 수 없다.”, “분명이 틀릴 수밖에 없는 수치를 사실인양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것 자체가 기만이다.” 최근 건설사 재건축 담당자에게 들은 말이다.

/jumpcut@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