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군마도·수련있는 연못...‘이건희컬렉션’ 8월에 만난다
라이프| 2021-05-07 11:33
위쪽부터 나혜석의 화녕전작약(1930년대, 33x23.5cm), 이중섭의 흰소(1953~54, 30.7x41.6cm), 이중섭의 바닷가의 추억-피난민과 첫눈(1950년대, 32.3x49.5cm), 김환기의 산울림(19-II-73#307, 1973, 264x213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에 안착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장품(이하 이건희컬렉션)은 그 규모나 가치면에서 역대 최대를 자랑한다. 7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개한 이건희컬렉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이인성,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가의 명작을 중심으로 모네, 샤갈, 달리, 피카소 등 세계적 거장의 대표작이 더해졌다. 특히 이제는 구하기조차 어려운 근대 희귀작들이 다량으로 포함돼 미술관 컬렉션이 대폭강화, 수준급 컬렉션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살펴보니=기증된 이건희컬렉션은 총 1488점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처음 기증논의를 시작할 땐, 우리미술관이 예산의 한계로 컬렉션 할 수 없었던 김환기의 전면점화나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대작 등 100여점 정도만 바랐는데 유족 측에서 그 이상을 뛰어넘는 동서고금을 총 망라하는 작품을 기증해 주셨다”며 “미술관 컬렉션이 양적·질적으로 대폭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이다. 회화가 412점으로 가장 많지만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순으로 비교적 모든 장르가 고르게 포함됐다. 작가별로는 유영국 187점(회화 20점, 판화 167점)으로 가장 많고, 이중섭의 104점(회화 19점, 엽서화 43점, 은지화 27점 포함), 유강열 68점, 장욱진 60점, 이응노 56점, 박수근 33점, 변관식 25점, 권진규 24점이 기증됐다.

근대미술작품 중에서는 김은호, 이상범, 변관식, 김기창, 박래현 등 한국화가의 ‘대표작’이 대거 기증됐다. 미술관은 “한국화 컬렉션 질을 현격히 높였다”고 설명한다. 이상범이 25세에 그린 청록산수화 ‘무릉도원도’(1922), 노수현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계산정취’(1957), 김은호의 초기 채색화 정수를 보여주는 ‘간성(看星)’(1927), 김기창의 5m 대작 ‘군마도’(1955)가 대표적이다.

또한 예산의 한계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좀처럼 구입하기 어려웠던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권진규, 유영국 등 근대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골고루 기증됐다. 특히 근대미술 희귀작은 이번 기증의 하이라이트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화녕전작약’(1930년대), 여성 화가이자 이중섭의 스승이기도 했던 백남순의 유일한 1930년대 작품 ‘낙원’(1937), 총 4점밖에 전해지지 않는 김종태의 유화 중 1점인 ‘사내아이’(1929)등은 구할래야 구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해외거장들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모네의 ‘수련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 ‘켄타우로스 가족’을 비롯 고갱, 피카소, 호안미로, 마르크 샤갈 등이 대거 기증됐다. 해외 유수미술관에 방문하거나 혹은 국내 블록버스터 기획전에서 겨우 볼 수 있던 작품들을 편하게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4차례 작품 실견...지금은 과천관 수장고에=이건희컬렉션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수장고에 입고된 상태다. 작품을 받기 전, 총 4차례의 실견을 통해 이송 및 보관 계획을 세웠다. 미술관측은 항온·항습시설이 완비된 수장고에서 기증작품 검수, 상태조사, 등록, 촬영, 저작권 협의와 조사연구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와 분류가 끝나면 미술관 공식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공식 명칭은 ‘이건희컬렉션’으로 전시, 출판 등 활용시 작품기본정보에 함께 명기된다.

▶올 8월 서울관 전시 시작으로 내년 전국 순회=이건희컬렉션을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는 오는 7월 덕수궁에서 열리는 ‘한국미, 어제와 오늘’이다. 일부 작품을 전시에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건희컬렉션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특별전은 오는 8월 시작한다.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컬렉션 1부:근대명품’(가제)를 통해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점을, 12월 ‘이건희컬렉션 2부: 해외거장’(가제)전에서는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그리고 내년 3월 ‘이건희컬렉션 3부:이중섭 특별전’에서는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보이는 수장고를 운영하고 있는 청주관에서는 이건희컬렉션 대표작을 심층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내년엔 지역 협력망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을 통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이건희컬렉션’도록 발간=유례없는 대규모 기증을 받은 미술관은 기증품에 대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한다. 내년까지 기초학술조사와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이건희컬렉션’ 소장품 도록을 발간한다. 기증작의 시기별, 주제별 의미를 분석하는 학술행사도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연구 논문과 출판물로도 펴낸다. 미술관측은 “기증작의 미술사적 가치를 집중 조망해 한국미술사의 연구 지평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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