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세금 두 배 더 내는 삼성전자
뉴스종합| 2021-05-10 11:31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세금부담률이 세계 IT(정보기술)업계 ‘4대 천황’으로 불리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보다 두 배 가까이 높고 글로벌 평균에 비해서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글로벌 기업 5만7000여개를 대상으로 3년(2018~2020년)간 세금부담률 평균치를 조사한 결과, GAFA는 15.4%에 그쳤다. 세금부담률은 재무제표에서 법인세·사업 관련 세금 등의 항목을 세전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삼성전자의 세금부담률은 27.9%로, GAFA의 1.8배에 달했고 일본 도요타(24.8%), 독일 지멘스(24.7%), 스위스 네슬레(23.8%)보다도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IT 선진국들이 기업과 원팀이 돼 글로벌 산업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때 우리만 역주행한 탓이다. 지난 2017년만 해도 구글의 세전 순이익에서 법인세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인 법인세 유효세율은 53.4%였다. 같은 시점 24.9%였던 삼성전자의 두 배였다. 3년 만에 정반대의 양상이 된 것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법인세를 인하할 때 한국은 거꾸로 24.5%에서 27.5%로 올렸다. 특히 미국은 2010년 40%에 달했던 법인세를 25.8%로 10년 새 15%포인트가량 낮췄다. 같은 기간 영국은 법인세율을 10%포인트, 이탈리아·캐나다·프랑스 등도 5%포인트 가까이 인하했다.

글로벌 경쟁 업체보다 과중한 세 부담은 법인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최대주주 할증률을 더하면 60%에 이른다. 삼성가 유족들이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로 내야 할 12조원은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상속세의 3배가 넘는다. 상속세를 내려고 주식을 담보로 맡기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지금 세계는 미·중의 기술패권경쟁과 대만 TSMC의 질주로 ‘글로벌 반도체 빅뱅’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 반도체는 주권국가라면 백신과 함께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자산이 됐다. 이 같은 변혁기에 한국을 대표해 격렬한 전투를 치러야 하는 우리 산업전사들에게 튼튼한 갑옷을 입히지는 못할망정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우고, 어깨에 납덩이를 올려놓는 듯한 무거운 세 부담은 안 될 일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반도체 등 국가 핵심 기술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특위를 꾸리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기업이 훨씬 가벼워진 몸으로 필드를 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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