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임금인상 대신 고용늘리자는 경총 주장 백번 옳다
뉴스종합| 2021-05-10 11:31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9일 회원사들에 “올해 임금을 최소 수준으로 올리는 대신 고용과 중소 협력사 지원을 늘려 달라”고 주문했다. ‘2021년 임금 조정과 기업 임금정책에 대한 경영계 권고’다. 백번 옳은 일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임금 수준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최고다. 500인 이상 규모 대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2017년)은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6097달러나 된다. 일본(4104달러)의 거의 두 배다. 미국(5031달러)과 프랑스(5371달러)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경제 수준을 고려한 임금을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기업 임금 수준은 190.8%(2017년)로, 미국(100.7%, 2015년), 일본(113.7%, 2017년), 프랑스(155.2%, 2015년)보다 높다. 한국의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왜곡도 보통 심한 왜곡이 아니다.

잘 벌어서 많이 준다는 건 탓할 일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성장동력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다.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곳이고 여유 있으면 남 배려도 해야 평화롭게 유지된다. 게다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참지 못한다”는 한국인 아닌가.

심지어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은 청년과 중소기업에 한층 더 크다. 어려운 곳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의 수혜를 가장 먼저 받으며 올 들어 대부분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다. 자칫하면 양극화보다 더 무서운 부문별 격차 확대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연수원을 코로나19 중환자용 병상으로 제공하는 등 정부의 힘이 모자라는 부분을 메우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다. 이런 때에 그나마 여건이 나은 대기업들이 고용확대와 사회적 격차 해소에 나선다면 그보다 소망스러운 일은 없다. 그건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경영의 완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총의 권고는 회원사를 향한 것이지만 정작 귀담아들어야 할 곳은 경영자들만이 아니다. 특히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임금인상 대신 고용확대와 협력사 지원을 확대하자는 건 경영 성과의 배분 문제다. 경영자 측 혼자 결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근로자 측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경총의 권고는 근로자들에게 이미 가진 것을 내놓으라는 게 아니다. 대기업에서 일한다면 경영자뿐 아니라 근로자들도 양보와 배려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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