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현실과 거리 멀고 감동 없는 성과 나열...누가 공감하겠나
뉴스종합| 2021-05-11 11:30

취임 4년을 맞아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10일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은 누가 보더라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일자리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의 맹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영세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민생 전반은 힘겨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러한 국정 운영 결과에 대해 솔직하게 평가하고 남은 1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자성보다는 현실과 거리가 먼 정책 성과 자랑을 늘어놓는 것으로 일관하다시피 했다.

문 대통령의 동떨어진 현실 인식이 극명하게 드러난 대목은 백신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귀가 의심스러운 발언이다. 지금 백신 수급 상황이나 접종 속도가 어떤지는 누구보다 문 대통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백신 공급이 달려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접종률은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K-방역’ 자랑하느라 제때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이런 판에 ‘치밀한 계획’ 운운하면 이에 동의할 국민이 있겠는가. 야당에서 “국민과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게 맞느냐”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정치권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다를 게 없다. 문 대통령은 인사 논란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주기식 청문회’가 됐다”며 현행 인사청문제도에 책임을 돌렸다. 그냥 안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문 대통령 말이 모두 틀린 건 아니다. 청문회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야당이 반대한다고 무조건 후보자를 내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형태가 됐든 도덕성에 치명적 흠결이 드러난 이상, 마땅히 후보자 철회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야당이 반대해서가 아니라 국민 정서가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꼭 1년이 남았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시간인 만큼 반드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 그 전제는 명확한 현실 인식에 바탕한 탄력적인 정책 운영이다. 자신의 기조만 고집할 게 아니라 유연하게 정책 오류를 보완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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