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구조 유사
특별채용 때 직권남용 여부 쟁점
교총 “신속한 수사로 진실규명”
교육시민단체 “진보교육 재물로”
김진욱 공수처장(왼쪽),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심 끝에 고른 공식 ‘1호 사건’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이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1심이 선고된 후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구조와 혐의가 유사해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공수처에 따르면 조 교육감의 특채 의혹 사건은 김성문 부장검사팀에서 맡고 있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감사 후 경찰에 고발한 사건을 이첩받아 사건번호 ‘공제1호’를 붙였다.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특정인 채용을 강제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비교된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희연 교육감 특채 의혹은 구조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며 “기본적으로 직권남용 성립 여부가 문제인데, 1호 수사를 하는 공수처 입장에선 상당히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지난 4월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재선 후인 2018년 7월 해직교사인 특정인 5명에 대한 특별채용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담당자들로부터 특별채용 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등 반대 의견을 여러 차례 보고받자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교육감 비서실 소속 A씨를 채용 절차에 관여하게 했다. A씨는 채용 관련 심사위원을 자신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로 선정했고, 위원들로 하여금 특정인을 염두에 둔 채용이란 점을 안내해 결국 조 교육감이 지정한 5명의 해직교사가 특별채용됐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과 공모해 청와대 추천 후보자들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에 임명되도록 했다는 것이 혐의의 골자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게 직권남용 유죄를 인정했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후임자 임명 과정에서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석하는 위원들인 환경부 실·국장들에게 내정자들을 뽑으라고 하면서 현장 지원을 지시한 혐의를 유죄로 본 판단이다. 임명과 관련해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직권을 남용해 대상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본 것이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한 것도 앞선 감사원 감사에 비춰 비교적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사 사건이라 해도 구체적 사실관계가 다른 데다 법원의 직권남용 인정 기준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수처 1호 사건 수사의 성패는 최종 확정 판결이 나야 알 수 있다. 조 교육감 측은 특별채용의 제도적 특성일 뿐, 직권남용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공수처가 조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해 교원단체들이 상반된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진보 성향의 교육시민단체들이 모인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는 1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공수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개혁하랬더니 진보교육 재물 삼은 공수처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은 강제수사를 활용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교총은 “신속히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명명백백히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도 “감사원에서 제시한 증거만으로 충분한데, 혐의를 부인하는 조 교육감이 증거 인멸이나 말 맞추기 등의 조치를 취하기 전에 발 빠르게 수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대용·장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