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삼성 사장이 들려주는 ‘그로쓰’외 신간다이제스트
라이프| 2021-05-14 08:11

▶그로쓰(조남성 지음, 클라우드나인)=평사원에서 출발해 삼성 최고경영자가 된 조남성 전 삼성SDI 사장이 들려주는 경영자로 성장하는 노하우를 담은 경영수업. 34년간 배우고 체득한 모든 걸 담아낸 책은 경영자의 일하는 방법, 비전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법, 실행력을 높이는 법, 자기관리법 등 실제적 조언이 가득하다. 조 사장은 ‘기업은 사장의 그릇만큼 큰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내가 이 회사를 이끌고 갈 그릇이 되는가’를 돌아보며 끊임없이 자신의 역량을 키웠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질문의 중요성을 알았다. 고 이건희 회장에게서 배운 ‘업의 본질’을 중심에 두고, 직원들에게 수시로 질문을 했다. 특히 소신껏 저마다 의견을 개진하도록 이끌고 경청했다. 그는 질문이 달라지면 답변도 깊이가 생긴다고 말한다. 늘 문제의식을 느끼고 질문을 하고 고민하며 해법들을 찾아내는 게 그의 경영비법이다.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뉜다. 경영자에게는 어떤 자세가 필요하고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하는지, 왜 경영자가 항상 위기의식을 느껴야 하는지부터 경영의 기본이 되는 것, 즉 초기 업무파악법, 효과적인 회의와 보고방식, 의사결정법 등 본격적인 경영자 수업을 펴나간다. 특히 직원들에게 임파워먼트를 부여하는 법 등은 새겨들을 만하다. 전략과 혁신, 리더십, 인사관리, 조직문화, 실패의 자산화 등 경영자의 주요 덕목들을 세심하게 챙겼다.

▶냄새의 심리학(베티나 파우제 지음, 이은미 옮김, 북라이프)=인간의 후각적 의사소통에 관한 세계적 연구자인 냄새 심리학자 베티나 파우제의 30년 연구의 결정판으로, 냄새와 인간 행동사이의 관계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가 후각 능력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지능이나 행복에 관해서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파우제에 따르면, 감정에는 냄새가 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냄새의 화학적 조합 방식에 따라 밖으로 풍겨 나온다. 의식적으로는 감정의 냄새를 맡을 수 없지만 감정의 냄새는 우리의 행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열린 자세로 임하는가는 코가 결정한다. 상대방에게서 밝고 좋은 기분을 느낄 때 우리는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후각에 대해선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수천년 동안 인간은 냄새를 하등한 것으로 여겨 거리를 두려했기 떄문이다. 저자는 후각의 탄생과 정신질환의 치유 기능까지 후각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단세포에서 다세포로, 척추동물과 포유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냄새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발달했다는 진화론부터 뇌 용량 증가와 후각 능력 향상 간에 관련이 있다는 생물학적 관점, 후각을 이용해 당뇨병 등 특정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의학적 관점 등 가각적으로 살폈다. 또한 냄새에 예민할수록 사회적 능력과 공감능력이 높으며, 현대 사회의 고질적 외로움이나 공황 장애 등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데 냄새가 중요한 열쇠라는 점도 제시한다.

▶우리는 페페로니에서 왔어(김금희 지음, 창비)=성장의 글쓰기를 보여주는 김금희 작가의 네번째 소설집.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발표한 작품을 묶어낸 소설집은 지난 3년간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7편을 담았다. 지난해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표제작 ‘페페로니에서 왔어’, 2019년 김유정문학상 수상후보작에 오른 ‘기괴의 탄생’ 등이 들어있다. 2000년대 초·중반에 20대를 보낸 회고 서사를 담담하게 그려온 작가는 표제작 ‘우리는 페페로니에서 왔어’에서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나’와 ‘기오성’은 노교수의 종택에서 족보 정리하는 일을 한 3개월 정도하면서 가까워졌다가 어긋난다. 그 관계에는 노교수의 손녀 강선이 끼어있는데, 강선은 노교수의 종택과 족보로 대표되는 세상의 질서와 위계를 대놓고 무시한다. 강선이 교묘하게 나와 기오성의 관계를 훼손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관계에서 빠르게 물러나버린다. 나는 나중에야 그 물러섬이 “그렇게 해봤자 손에 쥘 게 없다는 가난한 체념”이었을지 모른다고 자문한다. 소설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은 대학진학에 거듭 실패한 삼수생 ‘나’와 의대에 입학했지만 적응하는 데 실패한 ‘장의사’가 함께 보낸 패배의 여름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불안한 청춘의 자화상을 그린 ‘초아’도 그 연장선이다. 나의 이종사촌인 초아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명문대에 입학, 시선을 한 몸에 받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식 투자를 한 뿐이다. 어긋남의 미세한 결을 놓치지 않고 보듬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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