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대학 구조조정, 자생력 강화할 규제 완화도 병행해야
뉴스종합| 2021-05-21 11:35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구조조정 가능성이 거론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 대학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예년과는 차원이 다르다. 연초 부산대·경북대·전남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들이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를 겪은 것을 계기로 ‘올해를 기점으로 대학들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하는 게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전국 대학(전문대 포함) 신입생 미달 인원이 사상 최대인 4만58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미달 인원의 3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신입생 충원율(정원 대비 등록비율)도 작년보다 6%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91%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전국 대학이 신입생 정원의 약 10%를 뽑지 못한 셈이다. 전망은 더 암울하다. 30년 전 70만명 이상을 헤아리던 신생아 숫자가 지난해 27만5815명에 그쳐 30만명 선까지 뚫렸다. 최악의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수년 안에 20만~10만명대 신생아 시대가 닥쳐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 학생 없는 ‘유령대학’이 쏟아질 것이다.

이전 정부와 달리, 인위적 정원 감축은 없다던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신입생과 재학생의 충원율(유지 충원율)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정원 감축을 요구하며 부실 대학에 대해서는 퇴출까지 염두에 두고 단계별 제재를 가한다는 게 핵심이다.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선호도가 다른 점을 고려해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기준이 되는 유지 충원율을 달리 적용하기로 했다.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할 경우 지방의 고등교육 기반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지방대가 하나 둘씩 문을 닫으면 지역 소멸과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 가속화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대학 간 자율적 통합 유도를 위한 과감한 인센티브, 특성화대학 지원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대학들이 요구해온 폐교에 따른 잔여 재산의 설립자 귀속 등 논쟁적 사안에 대한 방안도 가다듬어야 할 과제다.

다만 수도권 대학들로서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을 가질 수 있으므로 규제 완화라는 당근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13년째 동결하고 있는 등록금 규제를 풀어주고, 알량한 학교 지원금을 빌미로 대학 행정을 통제하는 족쇄도 제거해야 할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은 반드시 해야 할 과제이지만 어느 정부도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기 어려운 난제임에 틀림없다. 저출산과 인구정책, 지역 균형발전, 학력 중시 사회 등 우리 사회 전반과 연관돼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수·진보 진영 논리를 벗어나 집단지성을 발휘해 21세기에 걸맞은 대학 환경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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