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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신상공개 기준’…아동 무참히 살해해도 “공개 NO”[촉!]
뉴스종합| 2021-05-24 10:18
[망고]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최근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경찰의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신상정보 공개 기준이 애매모호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신상정보 공개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2010년 6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시행에 따라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가 이뤄지고 난 후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의자는 총 27명이다.

이 중 23명이 살인 혐의를 받은 피의자들이다. 20대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한 오원춘, 중학생 딸 친구를 추행한 뒤 살해한 이영학,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등이 있다. 이 외에는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한 김수철과 성 착취물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 가담자들인 ‘박사’ 조주빈, ‘부따’ 강훈, ‘갓갓’ 문형욱 등의 신상이 공개됐다. 이 중 조주빈, 강훈, 문형욱 등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 사례다.

하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살인과 시신 훼손이 이뤄지더라도 신상정보 공개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시민사회에서 ‘정인이 사건’, ‘천안 의붓아들 가방 감금 사건’, ‘조카 물고문 사건’ 등 아동 살해 사건에 대해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친조카를 물고문해 살인한 ‘조카 물고문 사건’의 경우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으나, 경찰 측은 “피의자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피의자의 친자녀와 친인척 신원이 노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거절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아동학대 피의자의 경우에는 비밀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법률에 명시돼 있다”며 “정보 공개로 피의자의 가족 및 피해자인 아동에 대한 2차 피해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비밀엄수 등의 의무)는 아동보호 전문기관, 수사기관, 언론 등에 사건관계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일체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보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피의자 친인척과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은 일반 강력범죄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크다.

더욱이 ‘정인이 사건’과 같이 아동학대로 인한 살인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상황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운운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경찰의 주장대로라면 가족이 있는 모든 강력범죄 피의자들의 신상정보는 공개해선 안 된다”며 “아동학대 범죄는 재발 비율이 높은 만큼, 아동학대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추가적인 피해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아동학대 피의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내용이 담긴 ‘아동 지킴이 3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법을 발의하면서 “우리 사회의 통념상 아직도 아동 체벌 또는 학대를 묵인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며 “무고한 아이들이 부모의 폭력에 짧은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더는 없도록 조치에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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