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팀장시각] ‘가상’ 굴레에 갇힌 가상자산
뉴스종합| 2021-05-24 12:03

지난 22일은 ‘피자데이’였다.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던 한 프로그래머가 1만BTC를 지불하고 피자 두 판을 받았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1년 뒤였다. 이 거래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최초의 실물 거래로 기록됐다. 이를 기념해 가상자산업계서는 해마다 5월 22일에 ‘피자데이’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는 어떤가. 당장 가상자산으로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크게 대중화됐다고 보기 힘들다. 국내 통합 결제 전문기업 다날의 자회사 다날핀테크 등이 가상자산 페이코인(PCI)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 결제 수단에 버금가는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피자데이를 기념하는 것 자체가 10여년 전 ‘상징적’ 장면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으로 전기차를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가상자산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뻔 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돌연 번복하면서 치솟던 비트코인 시세는 차갑게 식고 말았다. 여기에 중국이 비트코인 거래와 채굴을 규제한다고 선포하고, 미국도 과세 규정을 강화하면서 가상자산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6만4000달러로 역사상 최고치까지 갔던 비트코인 가격은 반 토막 수준(24일 오전 8시 기준)이 됐다.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가 P2P식 전자결제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규칙(프로토콜)을 선보였을 때 탄생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현재 은행처럼 제3의 중앙관리자 검증 없이도 수십억개의 기기를 통해 교환 및 거래되는 데이터의 진실성·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 획기적이었다. 이 규칙을 바탕으로 한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중 가장 대표적이고 규모가 큰 것이 비트코인으로 통한다.

이에 비트코인을 단지 재테크 수단으로만 가두기에는 이면에 내재된 기술의 잠재력과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블록체인이 ‘넥스트 인터넷’으로 불리며 4차산업혁명(현재 디지털 전환)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은 이유다.

이에 비트코인을 표방하며 다양한 ‘코인’이 등장했다.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하고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쏟아졌다. SNS·건강·어학·여행 등 다양한 디앱(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이 발표됐고, 하루에도 국내에서 수십개의 ‘밋업’ 행사가 열리는 등 마케팅 열풍이 불었다. 비트코인 광풍이 불던 2018년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그 많던 디앱은 하나 둘 사라져갔다. 가상자산시장 전반 약세 영향도 있었지만 결국 각각의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코인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것도 주요인 중 하나다. 부실한 백서로 시류에 편승하거나 코인 띄우기로 ‘스캠(사기)’ 논란을 일으키는 등 가상자산업계가 자초한 면도 적지 않다.

지금처럼 ‘실체’ 없이 지속된다면 가상자산은 소수의 ‘입’에 계속 휘둘릴 수밖에 없다. ‘가상’이란 이름이 안고 있는 일종의 굴레다. 블록체인으로 시장에 가치를 증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상식’이 절실한 때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가상자산은 영원히 ‘가상’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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