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한·미 동맹 떠받친 민간기업 투자외교
뉴스종합| 2021-05-24 12:02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마쳤다. 문 대통령은 귀국하기에 앞서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우리로서는 다급한 백신 스와프가 불발된 게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성과는 컸고 우려했던 사안은 무난히 절충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우선 북·미 대화의 단초를 마련한 게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양 정상이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선언 등 기존 남북·북미 간 약속을 계승하기로 한 점은 의미가 크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시절의 성과를 지우지 않고 이어받겠다는 뜻이어서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한국으로선 껄끄러운 반중(反中) 4국 안보협의체 쿼드(미·일·인도·호주) 가입도 피했고 42년 만에 미사일 족쇄(사거리 800 ㎞ 제한)에서 벗어나 자주국방을 위한 큰 걸음을 뗄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키로 한 것은 백신 스와프 불발을 상쇄하고도 남을 성과물이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를, 휴온스 한국코러스 등이 러시아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데 더해 세계적 선호도가 높은 모더나(mRNA 백신)까지 국내에서 생산하게 된다면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안미경중(安美經中)’ 기조로 한·미 관계를 역대 최악으로 몰아넣었다는 야권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어느 때보다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는 사실을 과시했다. 이 같은 외교적 성과는 국내 4대 기업의 투자외교에 힘입은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그룹·LG에너지솔루션 4사는 반도체·전기차 배터리·AI(인공지능) 등에 모두 394억달러(약 44조원)의 대미 투자를 결단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찬사를 들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최태원 SK 회장 등 우리 기업인을 일으켜 세우며 “생큐”를 3번이나 반복했다.

아무리 피로 맺은 동맹이라 해도 국가 간 외교는 철저히 ‘주고받기’에 기반한다. 앞서 미·일 정상회담에서 스가 일본 총리가 ‘햄버거 오찬’ 수모를 당한 것은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 전기차배터리 선두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초일류 기업의 대미투자가 없었던 탓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얹고서 미국의 환대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기술력이 곧 국제안보·외교를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하는 시대다. 문재인 정부의 기업관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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