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지지부진 리쇼어링, 기업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야
뉴스종합| 2021-05-24 12:02

‘유턴법’이 시행된 지난 2014년 이후 7년간 해외로 떠나간 기업이 2만2000개에 달하는 데 비해 국내로 복귀한 건 고작 84개에 불과하고 그중 대기업은 중국 부품공장을 울산으로 옮긴 현대모비스 한 곳뿐이란 예산정책처의 최근 보고서(유턴기업 관련 주요 정책 분석)는 리쇼어링 정책의 민낯 그 자체다.

해외에서 돌아온 기업이 나간 기업의 0.4%에 불과하다는 건 정책의 성과 여부를 따질 만한 수준도 안 된다.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리쇼어링 정책으로 연평균(2014~2018년) 482개 기업이 유턴한 미국이나 3년간 (2015~2017년) 2만3000개가 돌아온 일본과는 비교조차 힘들다. 물론 문재인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4년간의 유턴기업 역시 40개도 안 된다. 지난 2019년부터 금융·세제·용수·전력·인력의 패키지 지원책을 내놓으며 유턴을 독려한 대만에선 2년 만에 200개 넘는 기업이 돌아왔다. 31조원 넘는 재투자가 이뤄졌고 6만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이쯤 되면 기존 리쇼어링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걸 감안한 게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유턴법’이다. 이때부터는 첨단 업종·핵심 공급망 품목에 대해선 해외 사업장 축소 요건이 면제된다. 외국인 투자 지원을 받은 기업도 10년이 지났으면 유턴할 수 있다. 협력형 유턴이라면 우선·추가 지원도 가능해진다. 유턴 대상 기업의 범위와 요건이 좀더 확대된 것이다.

정부는 이 정도로 유턴기업이 종전보다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대놓고 “기대한다”고도 말한다. 큰 오산이다. 기업들이 진정 원하는 걸 포함시키지 않은 ‘책상머리 유인책’으로는 리쇼어링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전경련이 해외 진출 매출 상위 기업 1000개를 조사한 결과, 리쇼어링을 검토하는 기업은 3%에 불과했다. 그들이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하는 건 다락같이 오르는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주휴수당과 같은 노동자 편향정책과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수도권 입지제한과 같은 과잉 규제다.

결국 리쇼어링 정책의 성패 여부는 얼마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가에 달렸다. 그건 돌아오는 기업의 유인책인 동시에 해외로 나가는 기업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생산 공급망의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안정적 국내 생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보다 좋은 타이밍도 없다. 찔끔 유인책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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