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소득 없는 5만명 ‘건보료 쇼크’ 정당한가
뉴스종합| 2021-05-25 11:50

공시가격 과속의 후폭풍이 서민과 중산층에게 ‘날벼락’처럼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탈락 현황 및 요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재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올해 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5만1268명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같은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 인원(2만6088명)의 두 배 수준이다. 피부양자 자격을 잃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11월부터 건보료를 내야 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산정과 기초연금 대상자 선정 등 60여가지 행정 업무에 사용된다. 올해는 공시가격이 19% 급등하면서 소득 없이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은퇴자를 중심으로 비명 소리가 커질 것으로 봤는데 이번에 제시된 피부양자 탈락 숫자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건보료 등 복지 혜택 상실의 충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 충격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국민연금과 각종 복지 혜택 등으로 그럭저럭 살 만하던 삶이 순식간에 빈곤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중계동의 동진신안아파트(134㎡) 한 채와 2017년식 쏘나타 자동차를 보유하고 국민연금을 연간 1000만원 받는 은퇴자는 올해 11월부터 매월 24만888원의 건보료(장기요양보험료 포함)를 내야 한다. 집값 상승에 따른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 증가의 세 배 이상이다. 앞서 제주도에서는 공시가격 급등으로 기초연금 신청자의 42%가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소득 하위 70%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은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6억5000만원을 넘으면 수급 자격이 없어진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급작스럽게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할 경우 내년 6월까지 건보료 납부액을 한시적으로 50% 감면하는 정책을 발표하긴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공시가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리겠다는 로드맵(2025~2030년)이 집값 급등과 맞물리면 집 한 채 가졌다는 이유로 소득은 없는데 보유세와 건보료 등 각종 세금과 준조세를 ‘생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공시가 현실화가 대부분의 국민에겐 거위의 깃털을 뽑는 수준이라고 항변하지만 당사자는 살점이 뜯기는 아픔이 될 수 있음을 헤아려야 한다. 이제라도 공시가 현실화율은 80%를 넘어선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반영하겠다며 부동산정책의 총대를 멘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가 이 문제부터 해결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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