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줄 잇는 가상자산 투자 위험신호, 무시해선 안 된다
뉴스종합| 2021-05-25 11:50

가상화폐시장이 그야말로 난리다. 대장주격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불과 한 달 만에 반 토막이 났고 글로벌 시가총액도 2주일 새 1000조원 이상 날아갔다. 아직도 조정이나 회복 가능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다시 오를 것이란 주장일 뿐, 신빙성이 커보이진 않는다. 하긴 현재의 가상화폐 가격이란 게 아무 근거 없이 만들어진 것이니 논리를 따질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을 바로 볼 때다. 가상화폐 투자가 위험하다는 신호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국내외 석학과 저명인사들의 경고성 발언은 강도만 달리할 뿐, 지금도 여전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다단계 사기와 같다”고 했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리크 부테린마저도 “거품이 끼어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가상화폐의 거래는 물론이고 채굴까지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소유권이 증명되고, 물건을 사고파는 화폐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보고 만들어졌다. 그게 2009년이다. 벌써 12년이나 지났지만 돈처럼 사용되지는 않는다.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테슬라의 결제를 가상화폐로 가능케 하겠다고 말했지만 곧바로 주워 담았다. 크루그먼 교수의 말대로 눈 깜짝할 새 시장 환경이 바뀌는 디지털시대에 탄생한 지 12년이 지났는데도 가상화폐가 아직 불법적인 분야 외에 경제적 효용을 찾을 수 없다는 건 존재 의미 자체에 충분히 의문이 생길 만하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을 지적하는 메시지는 한둘이 아니다. 이주열 총재는 “가상화폐의 내재 가치가 없다”는 소신을 밝힌 게 한두 번이 아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가상화폐 투자자들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 상당수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실명 계좌 개설을 허용치 않기로 했다. 허용해주는 은행도 까다로운 검증을 통해 신뢰성이 확인된 거래소에 국한한다는 방침이다. 거의 모든 메시지가 가상자산시장의 위축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미국이 1만달러 이상 가상화폐 거래 시 신고를 의무화하자 이를 ‘제도권 진입’ ‘금융상품 인정’이라고 보는 해석도 있다. 넥슨처럼 큰 기업이 투자 목적으로 가상화폐를 사서 보유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가격 급등락을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진통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해석은 자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는 가치와 효용이 생기는 건 아니다.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현재 가상화폐시장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과 하나 다를 게 없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