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신선 식재료 시장도 셰프의 현장”
뉴스종합| 2021-05-27 11:06
더 플라자 3층에 위치한 중식당 ‘도원’[더 플라자 제공]

특급 호텔 중식당의 효시인 더 플라자 ‘도원’은 한국 중식의 4대 문파 중 ‘아서원’의 계보를 잇는 주업림 셰프가 기초를 닦은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7년부터 이곳의 주방장을 책임지고 있는 4대 수석 셰프인 츄셩뤄 셰프도 주 셰프가 그의 튀김 요리에 감동해 스카웃한 인재다. 중화요리에 열정적이었던 20대 청년이 도원으로 옮겨온 지 17년 만에 이곳의 수장이 됐다.

그의 요리 인생은 화교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시작됐다. 중국인인 부모님은 국공내전 때 한국으로 건너와 전북 익산에 정착하면서 중화요리 식당을 열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요리가 그의 인생에 스며들었다. 그는 “부모님은 자식들이 자신과 같은 험한 길을 걷게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셨지만, 내게 요리는 일상을 넘어 업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첫 도전은 27년간 살아온 익산을 떠나 서울 압구정동 소재 중식당 만다린에 취직한 것이다. 츄 셰프가 인생의 멘토인 주 셰프를 만난 곳도 바로 이 곳이다. 당시 도원의 수석 셰프이었던 주 셰프는 가족들과 식사차 만다린에 들렀다 츄 셰프의 탕수육을 맛본 후 그 자리에서 스카웃했다. 그는 “주 셰프는 늘 ‘중화요리의 맛은 스피드’, ‘여러 번 간을 보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셨다”며 “불의 예술과 칼의 정교함이 만나고, 자신에게 믿음을 가질 때만이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가르쳐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츄 셰프는 요리가 과학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과학처럼 인간의 노력으로 끝 없이 발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요리가 과학과 다른 게 있다면 사람의 감성과 판단, 실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이 곧 요리’라는 음식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는 “좋은 재료를 고르는 지식과 트렌드를 읽는 눈, 연구하는 노력, 혀의 감각, 불 앞에 늘 설 수 있는 체력 등 나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 좋은 요리로 이어지는 귀결이다”고 말했다.

그는 셰프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현장’을 꼽았다. 셰프에게 현장은 음식을 만드는 주방 뿐아니라 신선한 식재료가 있는 시장도 포함한다. 그는 지금도 매일 밤 12시와 새벽 5시 노량진 수산시장과 가락동 농산·청과시장에 간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구하려면 재료가 있는 곳에 가 직접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시장에 가면 재료를 생산한 사람과 직접 산지에서 가져온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며 “신선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장에서는 요리사로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츄 셰프가 추천하는 요리는 도원의 대표 메뉴인 불도장이 아니라 의외로 ‘해황’이라는 소스였다. 해황(蟹皇)은 황제들만 먹었다는 게 요리로, 중국 요리 ‘따자시에(대갑게)’가 원류다. 한때는 중국을 대표하는 요리였지만, 지금은 맛을 보기 쉽지 않다. 그는 지난 2017년 도원의 총주방장을 맡은 후 식재료 개발 프로젝트인 ‘셰프 헌터’를 통해 해황소스를 복원했다. 그는 “해황소스는 셰프들이 일일히 게알만 골라 내 게향의 고소함과 진함을 가득 담긴 음식”이라며 “참게 농가로부터 독점 공급받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원에서는 1년 내내 해황소스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식 오마카세 ‘양장따츄’를 선보인 것. 그는 양장따츄 메뉴 구성을 위해 전국의 식재료를 월 단위, 지역 단위, 생산자 단위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식재료 역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죽순, 해삼 등에서 벗어나 흑우, 무태장어, 산초잎, 옥돔, 고사리 등 새로운 재료를 사용했다. 그는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 도원을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최고 레스토랑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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